김윤진 “사랑받는 비결?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신선함”

      2017.04.10 14:48   수정 : 2017.04.10 14:55기사원문

“저희 영화는 만 원이 안 아까우실 거예요. 자신 있어요. 여성 관객들이 많이 보시면 좋겠어요. 모성애 등 공감이 많이 될 거예요. 여성이 이끄는 영화잖아요."
영화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에 국내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윤진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녀가 선택한 영화, ‘시간위의 집’은 해외에서는 즐비하게 찾을 수 있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흔히 찾기 힘들었던 하우스미스터리스릴러 장르를 표방했다. 자연히 신선함은 따라왔고, ‘모성애’라는 소재 차용으로 감성까지 갖췄다.


“최근 비슷한 느낌의 한국 영화가 많았다면 우리에게는 신선함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100분이라는 러닝타임도 깔끔하게 정리가 된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시간위의 집’이 우리나라 영화 현실에서 종합선물세트 같아요. 다양성이 느껴졌거든요. 할리우드 영화들과 경쟁해야하는데 그들의 제작비와는 맞설 수가 없죠. 만약 이번 영화가 단순히 공포나 스릴러였다면 걱정이 됐을 거예요. 그런데 눈물 코드도 있음에도 신파적이지 않은 느낌도 있어서 다행이에요. 아마 관객 분들이 보시면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드실 것 같아요. 영화관에 와서 보시면 입소문 정도는 날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남편과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미희(김윤진 분)은 25년의 수감생활 이후 사건이 발생한 집으로 돌아간다. 유일하게 미희를 믿는 최신부(옥택연 분)은 진실을 묻지만 미희는 ‘그들이 남편을 죽이고, 아이를 데려갔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어느날 밤, 집 안에 또 다른 누군가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극중 김윤진은 퍼즐처럼 엮여있는 미스터리와 속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선을 유지하며 젊은 미희와 늙은 미희의 간극을 꼼꼼히 채웠다.
김윤진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가 처음부터 끝까지 단단한 주체가 되어 시간위에 올라섰다. 현 국내영화계에서 여성 배우 혼자서 오롯이 이끌어간다는 것, 그 주체가 김윤진이라는 것, 그것만으로도 ‘시간위의 집’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 3자의 입장과는 달리, 제 아무리 배우 김윤진이라도 부담감은 있었을 것이다.
“부담이 많았어요. 매 장면마다 이게 맞나 하는 의문점도 늘 있었거든요. 삶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선 정답이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감독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고 대중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스토리 전달을 하는 게 임무이자 해야 하는 일이죠. 영화가 완성이 된 지금 이 시점에서도 그때의 선택이 과연 옳았나? 싶고 하염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 제 손을 떠났고 이제는 관객 분들의 몫이니까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영화 홍보를 하는 거예요.(웃음)”
실제로 김윤진이 고민한 흔적은 영화 속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60대가 된 미희 목소리로부터 오는 을씨년스러움과 절실함은 감독에게 후두암 설정을 제안한 그녀의 아이디어로부터 발현됐다.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녹음도 시도하고 목소리 톤을 맞춰가면서 일관된 후두암 환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애썼다. 기계음도 사용해보려 했으나 디테일적인 부분이 와닿지 않아 최대한 김윤진은 더한 노력을 해서라도 최대한 자신의 목소리만을 넣는 방향으로 향했다.
“미희는 매 순간 파도처럼 분노가 왔을 거예요. 25년 간 억울한 수감 생활을 했을 뿐 아니라 눈앞에서 아들이 사라졌잖아요. 얼마나 피를 말리는 지옥이었겠어요. 그래서 후두암이라는 설정을 감독님께 제안을 한 것도, 아무리 제 얼굴 위에 풀칠을 하고 주름 다 만든다고 해도 성형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 큰 변화가 없을 거예요. 그 안에서 목소리까지 변화를 주면 더 확실하게 그녀의 절실함과 분노의 세월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후두암이라는 과감할 설정을 넣어도 용서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실제 현실과 영화적 현실을 충족시킬 수 있는 깊은 고민 끝에 후두암을 넣은 거죠. 결과적으로 영화에는 독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제가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어요. 그런데 저는 좀 막 던지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감독님이 좋다 싶으면 가져다 쓰셨고, 아니다 싶으면 완벽하게 버리시더고요.(웃음) 고마웠어요. 대놓고 아니라고 하면 위축되니까 매번 ‘좋은데요?’하고 안 쓰시더군요.”
물론, 김윤진의 비중이 9할인 작품이라고 일컫지만 혼자였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그녀의 옆에는 미희 캐릭터를 빛내고 함께 달려가는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였다.
옥택연, 조재윤부터 박준면, 이한위 등 많은 배우들이 등장해 훌륭한 앙상블을 선보이며 함께 ‘시간위의 집’을 완성했다. 그리고 김윤진은 그들을 향해 계속해서 고마움을 표현했다.

“조재윤 씨는 대본 안에 있는 철중보다 훨씬 더 색감을 입혔어요. 당연히 미희보다는 설명이 부족한데, 재윤 씨 덕분에 캐릭터가 그 정도로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술 먹는 장면에서는 술까지 드시고 오셨어요. 술이 깬다싶으면 다시 드셨죠(웃음). 많지 않은 분량에도 그렇게 하시는 조재윤 씨의 열정에 반했어요. 너무나 고맙죠. 또, 박준면 씨 같은 경우는 한창 ‘힙합의 민족’ 프로그램을 하고 계셔서 스트레스가 엄청나셨어요. 그래서 제가 일부러 더 옆에서 열심히 부탁한다고 치댔죠.(웃음) 잠깐 촬영임에도 불구하고 큰 힘을 줘서 너무 고마워요.”
데뷔 22년 차의 김윤진. 그녀에게 지금까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신선함인 것 같아요. 잊을만하면 나오고 그러잖아요.(웃음) 그래서 질리지가 않는 얼굴인 것 같아요. 제 롱런의 비결은 가끔 나온다는 거에요.”라고 너스레를 떨더니 시원하게 웃었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디자인 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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