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파격 발탁 배경’
2017.05.19 18:13
수정 : 2017.05.19 18:13기사원문
'돈봉투 만찬' 파문의 여파로 검찰 고위간부들의 줄사퇴가 이어지면서 검찰 지휘부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김수남 검찰총장(57.사법연수원 16기)이 사퇴했고 돈봉투 만찬 파문으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9.18기)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 이창재 법무부장관 직무대행(52.19기)이 연이어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검찰 내부 수습과 개혁을 위해 '강골 검사'로 알려진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57.23기)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는 등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을 개혁대상으로만 본다"는 불만이 팽배해 새 정부의 검찰 개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檢 '위기'…文, 윤석열 임명 등 인적쇄신 본격화
19일 검찰 등에 따르면 돈봉투 만찬 파문의 여파로 이 법무장관대행이 이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행은 "그동안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으로서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법치질서를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최근 상황과 관련해 국민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먼저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행은 이 사건으로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이 감찰을 받게 된 데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이 대행의 사표를 즉각 수리할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전날에는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이 이 사건의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현재 감찰을 받는 이 지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안 국장은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좌천인사 조치된 상태다.
이로써 법무부와 검찰은 장.차관과 검찰총장 등 수뇌부가 모두 퇴진하거나 사의를 밝히는 초유의 지휘부 공백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이날 돈봉투 만찬 파동을 조사 중인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은 만찬 회동 당시 참석자 전원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경위서 제출 대상자는 이 전 지검장을 포함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간부검사 7명, 안 전 국장을 비롯한 검찰국 간부검사 3명 등 총 10명이다. 경위서 요구는 당시 만찬에서 오간 돈봉투의 출처와 성격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 파문 관련자들에 대한 감찰지시와 함께 이날 윤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 박균택 대검찰청 형사부장(51.21기)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임명한 것은 검찰 개혁을 위한 인적 청산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장이 2005년 고검장급 자리로 격상된 후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고검장급이 임명되는 게 관례였다. 이 때문에 주요 수사를 지휘하며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 또는 검찰총장의 눈치를 보거나 외압에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차장검사급인 윤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면서 이 같은 폐단의 고리가 끊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윤 검사는 강골에 원칙주의자여서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새 정부의 검찰 개혁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검사는 과거 박근혜정부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외압에 반발, 좌천되기도 한 인물이다.
■"검찰을 개혁대상으로만"…부글부글
이날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윤 검사는 검찰 개혁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복안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 문제는 제 지위에서 언급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재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과 특검하고 재판의 중재가 잘 이뤄져서 그 기조가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이른바 '정윤회 문건'과 국정농단 수사 복안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 말씀드리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잘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옥죄기'로 비칠 수 있는 최근 기류가 검찰 내 불만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일선 검사들은 새 정부가 검찰만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털어놓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는 "개혁할 대상이 많은 상황에서 현 정부가 검찰만 멸시하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매우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