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시민몫으로 돌아온 청와대 앞길…"이제서야 돌려드려 죄송"
2017.06.22 16:44
수정 : 2017.06.22 16:44기사원문
"우선 참고 기다려준 시민에게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22일 대통령 경호실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마주한 주영훈 실장은 청와대 앞길 전면개방 소식을 밝히기에 앞서 시민에 대한 미안한 마음부터 전했다. 청와대 앞길을 주인인 시민에게서 그동안 빼앗아왔다는 게 주 실장의 요지였다.
그는 청와대 앞길이 "이제서야 개방됐다"고 표현했고 "경호 역량이 더욱 뛰어났다면 빠른 시일 내 개방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고백했으며 "많은 시민에게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청와대 앞길 전면개방의 의미가 온전히 '시민'에게 있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청와대 앞길은 지난 1968년 북한 특수부대가 청와대 뒷산까지 넘어온 1·21 사태 직후 군사·경호상의 이유로 가로막혔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 개방됐지만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30분까지 야간통행을 제한한 '반쪽짜리 개방'이었다. 이 때문에 경복궁 주변길을 산책할 수 없었고 지역주민은 지름길을 두고도 먼 길을 돌아가야 했다.
낮 시간이라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던 것도 아니었다. 청와대 앞길에 들어설 때면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고 '어디가십니까'라고 묻는 경호원의 질문에 목적지를 밝혀야만 했다. 모두를 '잠재적 용의자'로 두고 감시한 것이다.
그러나 오는 26일부터는 언제든 자유롭게 청와대 앞길을 거닐 수 있게 됐다. '친절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표방해온 문재인정부가 청와대 앞길을 시민에게 내어준 것이다.
이번 개방으로 청와대 일대는 '통제와 차단의 공간'에서 '참여와 소통의 공간'으로 바뀌게 됐다. 지금까지 불확실한 위험에 대비해 모든 외부요소를 막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외부요소에 유연하게 대응하되 현실화된 위험에 즉각 대응하도록 한 것이다.
경호실 핵심 관계자는 "경호역량이 충분할 뿐 아니라 실천 의지도 강하다"면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시민을 섬기는 경호로 탈바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도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청와대는 국민 휴식공간으로 돌려드리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번 청와대 앞길 개방으로 경복궁 둘레길은 시민의 산책길이 됐고 지역주민의 출퇴근길이 됐다. '열린 청와대'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박수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청와대가 권위주의적인 공간이라는 통념을 깨고 광화문 시대로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