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 곽범국 사장 "한은·금감원과 공조 필수…예보, 리스크 점검회의 참여해야"
2017.06.25 16:44
수정 : 2017.06.25 22:04기사원문
"예금보험공사는 선제적 위기대응기구로서 각 금융업권별 스트레스테스트 모형을 개방하는 등 위기대응 인프라를 강화할 계획이다. 각 업권마다의 시장 특성과 연계성 등을 반영한 통합 스트레스테스트 모형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이같은 업권별 사전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험리스크관리실과 복합금융분석팀 등을 신설했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국을 거쳐 재정경제부 국고부,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에서 경력을 쌓은 정통 관료다. 지난 2015년 5월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된 그가 취임 후 꾸준히 강조하는 것이 '예보의 금융리스크 대응방안 강화'다. 그만큼 예보가 단순히 예금 등 원금보장상품에 대한 예금보험금을 지급하는 업무만이 아니라 예금이 대규모로 유출되는 '뱅크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금융 리스크 관리 체계의 핵심축을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서울 청계천로 예보 본사에서 곽 사장을 만나 금융리스크 선제대응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 2년 동안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에 대해 많은 변화를 꾀했는데 예보가 이같은 리스크 관리체계의 핵심축이어야 하는 까닭은.
▲지난 2010년 저축은행 사태 등을 비롯해 많은 금융회사들의 부실로 막대한 공적자금과 예보기금이 투입됐다.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금융회사 부실로 인한 기금손실 및 국민부담을 증가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예보가 금융리스크 방지를 위한 선제적 위기대응 방안을 갖춰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리스크 점검회의 등에 예보가 제외된다. 예보도 국민의 재산인 예금보험금을 위해 금융회사들의 리스크 동향을 면밀히 살필 수밖에 없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예보는 리스크 관리 대응 회의시 필참하지만 국내는 그러지 않는다는 게 아쉽다. 예보는 복잡해지는 금융환경에 따른 위험요인의 조기인식 및 대응을 위해 '리스크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구축, 부실징후 확인을 위한 재무분석체계를 강화하겠다. 부실위험에 따라 예금보험료를 차등화함으로써 금융회사의 자발적 리스크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예금보험료 할인 및 할증 폭을 5%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7%, 2021년에는 10%로 확대한다.
―금융안정협의체에 예보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와 더불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예보가 금융안전망 기구로서 역할을 수행 중이다. 금융시장의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 금융안정망 기구간의 정보공유와 정책공조가 당연하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리스크 점검 회의 등에 예보가 참여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을, 금융감독원은 미시감독을, 예보는 뱅크런 방지 및 부실정리 등을 맡아야 한다. 이같은 각 정책적 수단을 서로 보완하기 위해서는 상시 정보공유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사국인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안정감시협의회(FSOC)를 설립.운영 중인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FSOC는 시스템리스크를 조기 파악하거나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잠재요소들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됐다. 여기에는 미국 재무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FDIC(미국 예금보호기구) 등 15개 기구가 참여한다. 국내는 북한 미사일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나 변동성이 발생했을 때 리스크 점검회의를 연다. 예보가 배제돼있는데 향후 효과적 위기대응 체제를 위해서는 함께 참여해야 한다. 동양그룹의 회사채 문제로 촉발될 금융시장의 변동성 문제도 예보가 먼저 발견하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에 예보도 리스크 점검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화해달라고 요청 중이다.
―예보도 금융회사 스트레스테스트 모형을 갖췄다. 향후 국내외 상황과 각 금융회사간의 연계성을 포함한 통합 스트레스테스트를 구축할 계획인지.
▲사실 각 금융회사의 스트레스테스트 모형을 지난해 하반기 개발했다. 그동안 각 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만 받아본 것과 달리 예금보험공사가 직접 구축한 스트레스테스트 모형으로 테스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많은 데이터베이스(DB)가 쌓여야 하는 만큼 통합 스트레스테스트는 중장기적으로 검토될 것이다.
―최근 국제예금보험기구협회(IADI) 지배구조 개편도 마무리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역할을 맡았나
▲지난 2014년부터 IADI는 사무국 기능 강화 및 일부 위원회를 폐지하는 개편작업을 추진해왔다. 비하인드로는 미국과 유럽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많다. 미국은 사무국 중심으로 각 국의 리스크 점검 현황 등을 파악하자는 반면 유럽은 사무국이 아닌 각 지역마다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식을 주장해왔다. 그렇다보니 의견 충돌은 다반사였다.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고자 토마스 미국 FDIC 부의장이자 IADI 의장은 올해 2월 집행위원회에서 '자문위원회 운영규정 심의위원장'으로 저를 추대해줬다. 일본에서는 이를 견제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각 금융회사의 건전경영을 위한 예금보험료율 차등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덕분에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앞으로 사무국 중심의 리스크 관리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예보의 발전 방향은.
▲사후적 부실정리 기구에서 선제적 위기대응기구로의 역할 재정립이다. 예보는 금융회사 부실요인의 조기포착 및 선제적 리스크 관리, 시스템 리스크 확산 방지 역량 제고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업무수행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이 등한시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할 것이다. 특히 신속한 예금보험금 지급 시스템을 연내에 완료하겠다. 현재 은행의 '예금자 정보 사전유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은행과 저축은행 모두 7영업일 내 예금보험금 지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신속한 보험금 지급으로 예금자의 불편이 해소되고 국제적 정합성 제고 및 금융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