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로닐 검출 마리농장 주인 "50년 양계장 문 닫을판, 마녀사냥 자제 부탁"
2017.08.17 16:08
수정 : 2017.08.17 17:15기사원문
산란계 농장 전수검사가 진행된 17일 이른 새벽부터 경기도 남양주시 마리농장 경영주 A씨는 연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양계장으로 향하는 입구 한복판에 다음날 폐기처분 될 계란 2000판이 쌓여 있었다. 작업자들은 농장에서 키우는 산란계들이 매일 생산하는 2만여 개 계란을 폐기하기 위해 분주했다.
■"50년 앙계장, 하루아침에 망할 판"
지난 14일 마리농장에서는 국제 허용 기준치(0.02㎎/㎏)의 약 1.8배에 달하는 피프로닐 살충제가 검출됐다. 정부는 마리농장에서 생산·유통된 계란에 대해 유통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생산된 계란에 대해선 모두 폐기하도록 지시했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이날 오전 마리농장에 방문해 '방역상 외부인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천막을 붙이고 방역작업에 들어갔다.
A씨는 아버지부터 대를 이어 50년 간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8만 마리 닭들이 하루 2만 여개의 계란을 생산한다. 양계장은 2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양계장 안은 사람 1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복도에는 닭장이 길게 일자로 놓여 있다. 우리 하나는 가로 50㎝, 세로 30㎝ 크기로, A4 용지 두 장보다 작다. 닭들은 사육장이 좁아 날개를 피지 못한 채 모이통으로 머리만 내밀 수 있는 구조였다.
A씨의 아내 B씨는 ‘살충제 계란’ 파동이 발생하기 약 1주일 전인 지난 6일 살충제를 처음 뿌렸다고 한다. 7월부터 닭 털 안에 기생하는 이(와구모)가 엄청나게 번식했기 때문이다. 사육장이 좁아 닭들이 흙목욕을 할 수 없었던 탓이다. 양계장에서 하루 종일 일할 때면 작업자에게까지 이가 옮겨 붙어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살충제는 1년에 한 번 살포했다”며 “2개월간 닭을 다른 곳에 두고 양계장을 깨끗이 청소해도 와구모가 금방 들끓었다”고 말했다. 이어 “등에 매는 분무기를 사용했는데 닭에게는 집적 분사하진 않고 먼지가 많은 곳에만 중점적으로 뿌렸다”고 설명했다.
■여론재판·경제적 어려움까지 다중고 겪어"
현재 A씨 부부는 농장이름이 공개된 후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B씨는 “항의전화가 와서 자식이 황달 걸린 이유가 저희 달걀 때문이라고 말한다”며 “저희에 대한 비난이 쏟아져 무서워 전화를 못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인 C씨는 “마녀사냥 식으로 농장주에게 비난이 쏟아진다”며 “구조적인 문제 역시 있는데 이에 대해선 한 마디 말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B씨는 약품에 살충제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 몰랐다고 해명했다. B씨는 “절대 의도한 게 아니다. 수의사가 추천해준 살충제를 뿌렸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어 “살충제는 평소 사용하던 동물약품인 와구방, 와구프리 등을 쓴 게 아니라 경기 포천시에 있는 동물약품판매처에 의뢰했다가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도매상에 넘긴 계란이 1700판인데 반품이라고 돌아온 게 2000판이 넘는다”며 “다른 농장 것까지 섞여 모두 물어줘야 할 판”이라고 성토했다. 실제 쌓여 있는 계란을 확인하자 ‘마리08’이라고 표시된 계란 외에도 다른 농장의 상표가 적힌 게 군데군데 보였다. 계란 한판은 약 5000원이다. 매일 하루 2만개씩 생산되는 계란 역시 모두 폐기해야 한다. 이들은 ‘살충제 계란’ 발표 이후 3일간 피해액이 7000만원에 달하며 매일같이 불어나는 상태다. 특히 B씨는 현재 정부가 산란계를 살처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B씨는 “AI 이후 산란계 가격이 5000원에서 1만원으로 뛰어 닭 구입에 벌써 거금을 투자했는데 막막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가 이날 산란계 농장 1239곳 중 876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은 32곳에 달했다. 정부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 등을 중심으로 생산된 계란에 대해 전량 회수·폐기할 방침이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