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게임체인저’ 될 가능성…대화 노력 포기 말아야"

      2017.08.28 17:47   수정 : 2017.08.28 22:01기사원문


'8월 위기설'이 한숨 사그라들긴 했지만 지난달 한반도 정세를 급속도로 냉각시킨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이후 한달 만에 단거리 발사체를 수발 발사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국면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천명한 '한반도 운전자론'은 북한의 의도된 한국배제 속에서 동력을 잃고 있다. 북한의 괌 포위사격 경고로 시작된 북·미 간 '말폭탄' 대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형국이지만 언제라도 다시 부상해 긴장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



또 북한이 미국 대신 남한을 노린 국지도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거부감과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라는 강대국 정치가 한국외교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외교통상부 2차관),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최대석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홍양호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장(전 통일부 차관)을 초청, 지난 23일 한반도 정세 긴급좌담회를 열고 위기의 한반도 정세와 문재인정부 대북정책을 진단해봤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좌담의 사회는 파이낸셜뉴스 구본영 논설위원과 조석장 부국장 겸 정치부장이 맡았다.



―지난 7월 28일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ICBM급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선제타격론, 예방전쟁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

▲김성한 교수=북한의 ICBM 능력 고도화를 미국이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일단은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고 봐야 한다. 외교적 해법이 북한에 듣지 않을 경우 비핵화를 통한 종착역에 도달하기 위해 군사력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방전쟁'은 엄밀하게는 국제법 위반이다.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북한 침공이 임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잠재적 위협만으로 예방전쟁을 수행한다는 건 유엔 헌장에 위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당국자 입에서 예방전쟁이란 얘기가 나왔다는 건 사태를 심각하게 본다는 것이다.

▲김용현 교수=7월 하순부터 8월까지 미·북 양측이 '말폭탄'을 주고받았다. 전쟁까지는 처음부터 생각 안했다고 본다. ICBM 발사에 대한 국내 불안감이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었다. 북한도 핵 고도화 종착지로 가는 경로에서 자신들 입장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고는 미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맞대응한 것이다. 한국은 끼어 있는 상황에서 역할이 드러나기 쉽지 않았다. 이런 조건에서 전쟁이라는 파국적 상황은 미·북이 둘 다 예상하지 않았다고 본다. 호흡조절 과정이다. 미.중 정상 간 전화 통화가 결정적 계기가 돼 지금은 흐름 자체는 대화로 큰 줄기가 잡혀가는 상황인 것 같다.

▲최대석 교수=인간이 합리적인 선택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지금 한반도는 6·25전쟁 이후 최대로 위태로운 시기다. 전쟁과 평화는 이분법이 아니라 오히려 연속성이 있는 것이다. 평화 상황에 있다가도 어느 한순간 전쟁으로 갈 수도 있다. 그사이에 다른 단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좀 더 분석적으로 보면 안정적 평화, 불안정한 평화, 위태로운 평화가 있다. 그다음에 거기서 넘어가는 거다. 동이 트기 전에 어스름,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어느 누구도 전쟁이 난다고 할 수 없고, 그렇다고 평화로 간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반도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홍양호 원장=상황상으로는 최근 7~8월에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군사적 옵션이 많이 부각된 이유는 트럼프 정부 이후 미국은 북핵 문제를 대외정책 과제에서 우선순위에 올렸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중단을 유엔 대북제재 결의 등을 통해서 막았지만 북한이 급기야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국 입장에선 위기가 닥쳐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미국은 세계 문제를 다뤄왔던 대국이기 때문에 정책옵션을 선택할 때 군사적 옵션도 연구한다. 그런데 전쟁을 실제 실행하게 될 때는 전쟁 이후의 결과, 즉 인명피해나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한반도 전쟁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또 한반도 직접 이해 당사자인 한국과 전략적 이익을 생각하는 중국에 미국도 한 번 뒤로 물러서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레드라인(금지선)' 개념을 꺼내 논란이 됐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느냐를 두고는 판단이 엇갈린다. 북이 과연 ICBM 재진입 기술을 가지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이게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나.

▲김성한=대체적으로 북한 ICBM 능력이 종착역에 빠른 속도로 진입하고 있다는 데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ICBM 기술의 완성은 거의 시간문제인 것으로 전제하고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은 미국 입장에서 얘기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렀다. 한국은 스커드 A.B.C 미사일이 실전배치돼 이미 사정권 안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레드라인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시스템의 완성을 의미한 것일 것이다. 핵무기-화학무기-미사일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스템 완성체의 등장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북한을 더욱더 다루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된다. ICBM이 게임체인저가 된다면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의 핵우산을 의심하는 때일 것이다. 핵탄두가 6800개 정도 되는 미국 입장에서, 더욱이 MD시스템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북한이 대략 60개 핵탄두를 가졌다 하더라도 대단한 위협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안보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는데 미 동맹국들이 미국 핵우산을 통한 확장 억지를 의심하고 불안하게 생각한다면 미국이 주도하는 핵비확산(NPT) 자체가 흔들리므로 분명히 게임체인저로서 의미가 있다.

▲홍양호=ICBM은 남북 관계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과거 통일정책은 군사력.경제력.민주주의 성숙도 등 모든 면에서 북한보다 우위에 있어 우리의 실효적 지배가 가능했는데 북이 군사력 우위에 있다면 일방적 대북정책을 구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떨어진다. 한·미 동맹에 대한 여러 가지 해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미국까지 포함하는 상황에서는 게임체인저라고 보기 어렵다.

▲최대석=전적으로 동의한다. 북한 핵을 경제적인 것과 바꾸려고 했던 과거 협상들은 안이했던 것이다. 북핵은 북한 체제유지를 위한 수단 그 이상이다. 핵을 가진 북한과는 어떻게든 평화체제로 가야 하고, 그러다보면 주한미군 문제를 건드리게 되고 이에 따라 한·미 동맹 균열 내지는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 남북 관계의 장기목표가 평화가 아닌 통일이라고 생각하면 통일 문제에 있어서도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 삼국시대 때도 가장 힘이 약했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 고구려는 연개소문 분쟁 등 국력 약화, 백제는 고구려에서 온 집권층 부족 간 갈등이 존재했다. 신라는 약했지만 화랑제도 등 시스템 강화를 통해 어려운 통일을 이뤄냈다. ICBM은 통일 문제 주도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용현=세 분 말씀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들린다. 현 정부는 북한이 소형화·경량화엔 성공했지만 핵 관련 고폭실험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ICBM과 관련해서는 재진입에 관련된 기술적 부분, 유도체계의 정확성이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르면 1~3년 안에 북한이 핵·ICBM을 완성할 것으로 본다. 나는 그 1~3년 기간을 우리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문재인정부의 입장은 북핵동결→비핵화로 단계적으로 가자는 거다. 그 기간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 한·미 동맹, 한.미.중 협력 등 외교적 압박을 통해 최대한 하자는 거다.



―우리 군도 억지역량 강화 논의가 활발하다. 현재 정부는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등을 포함한 대량응징보복(KMPR)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전술핵 재배치, 한·일 공동핵무장 얘기도 나오는데, 어떤 방안이 현실적인가.

▲최대석=전술핵 재배치는 우리가 아직까지 협상 카드로 가지고 있어야지 이것을 성급하게 절대 배제할 필요는 없다. 굳이 이걸 꺼낼 타이밍은 아니지만 절대 안 된다는 것도 아니어야 한다. 문 정부에서 억지전략으로 킬체인.KAMD.대량응징보복(KMPR)을 사용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킬체인과 KAMD 역량은 부족하다. 미국도 갖기 어려운 기술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면 이에 대응해 우리가 대량 응징보복을 하는 것이다. 모든 역량을 KMPR에 집중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김성한=킬체인은 선제공격이다. 우리 군이 다양한 무기체계를 시험.개발해왔고, 정확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방부 측에서 KAMD.킬체인.KMPR 3축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국정과제로 설정한 것은 문 대통령을 잘 설득시킨 것 같다. 그런데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핵탄두 중량을 500㎏에서 1t으로 늘리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북한 핵은 탄도미사일로 할 수 있는 수준이 전혀 아니다. 또 KAMD는 우리가 미국 MD시스템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중국에 보여주려고 만드는 시스템이다. 독자적인 것은 좋지만 당장의 정찰정보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면 더 손해다. 결국 우리는 전술핵을 재도입하든 전술핵에 버금가는 재래식 무기를 개발하거나 도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KMPR는 전술핵에 미치지 못한다. 북한이 핵으로 공격했는데 재래식으로 대량보복을 한다는 게 의미가 없다. 전술핵에 버금가는 재래식 무기라는 전략적 옵션을 놓지 말아야 한다.

―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간, 미·북 간 대화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 협상의 입구와 출구는 어디라 보는가. 동결인가 폐기인가.

▲김성한=동결이 최종목표가 되면 절대로 안된다. 우리는 초지일관 비핵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비핵화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동결이 급선무다.

▲최대석=동결을 선호한다. 지금 위태로운 평화 상황을 조금이라도 안정적으로 가지고 가려면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단계론으로 접근해야 한다

▲홍양호=궁극적으로는 핵 폐기로 가야 한다. '입구가 동결, 출구는 폐기'라는 것은 방법론상의 문제다. 동결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대화해야 하느냐, 핵 폐기에 대한 신뢰성 보일 때 대화해야 하느냐는 방법론으로, 한·미 간 충분한, 솔직한 토론을 통해서 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소위 '한반도 운전석론'이 통하지 않고 있다. 진보정부가 들어섰는데도 북한은 무응답이다. 꽉 막힌 남북관계, 어떻게 봐야 하나.

▲김성한=북한은 북·미 관계가 나쁠 때 미국 유인책으로 남북 대화에 응하는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에 올인하는 상황이니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남북대화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이 한 수 위인 것 같다. 북한은 궁극적으로 남북대화를 할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그럼 언제냐. 미국과의 채널을 뚫고 그 나름의 핵동결 협상을 이끌어낸 다음 불필요하게 북한에 불리하게 되어갈 때 사용할 것이다. 미·북 협상이 비핵화 종착역을 향해 일관된 트랙으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수단으로서 남북관계를 활용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금강산, 개성공단, 남북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다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동결 이후를 미국이 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남북이 이렇게 잘 돌아가는데 비핵화가 웬 말이냐' 하는 거다. 역으로 우리 입장에선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앞으로 20년 이상 이렇게 살 각오가 돼있으면 남북관계 개선에 정치적 자산을 투입할 가치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김용현=베를린선언의 핵심은 군사당국 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이 아니다. '북한을 붕괴시키지 않겠다' '대화로 핵 문제를 해결해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지난 9년간 보수정부와는 결이 다르게 간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다만 지금 핵위기가 고조된 상황이고, 북한의 호응도 없는데 청와대가 왜 저러나 싶을 수 있다. 지금 문재인정부는 남북관계에서의 성과가 중요하지는 않다. 모든 문제가 북핵에서부터 시작한다. 이걸 풀어야 한다. 또 어려운 것이 북한에 남북 관계가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 제안을 덥석 받을 리가 없다. 근데 왜 계속하느냐 하면 문 대통령 입장에선 어쨌든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제안, 남북 관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제안을 할 수밖에 없다. 어느 시점이 되면 대북특사 파견도 적극 검토할 수 있다. 북핵문제가 호흡조절 단계로 가고, 더 상황이 악화되지 않는 상황으로 가면 그렇게 할 거다.

▲최대석=이제 정권 초기인데 우리 정부의 정책 노력을 박하게 평가할 건 없다.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은 있다. 베를린 구상 발표 시점이 과연 옳았느냐는 문제다. 신중할 수 있었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정책 담당자들에게 물어보면 지금 남북대화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작지만 조율되지 않은 제안을 여러 번 실패하게 되면 불안이 된다. 한번 제안하면 성공해야 하고, 그래서 전략적이어야 하는데 지금 보면 참여정부 말기 대북정책이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다. 김정일의 북한과 김정은의 북한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문 대통령을 포함해 남북대화 경험자들이 포진했다는 것이다.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남북대화 주역이다. 하지만 경험이 능사는 아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창의적 발상이 안 나온다. 현재 정부 당국자들은 경험 위주로 대북 접근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노태우 북방정책, 김대중 햇볕정책 등에 비추어보면 오히려 남북대화 경험이 없었던 정부가 성공했다. 문 대통령은 DJ가 햇볕정책을 처음 했던 그때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홍양호=북한은 기본적으로 보수정부든 진보정부든 일관된 입장이 있다. 결국 자기에게 유리하냐, 아니냐다. 김대중정부라도 초기 1~2년은 갈등이 많았다. 참여정부 때도 초기에 북한이 대외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강공책을 썼다. 이명박정부 때는 보수정권이지만 기업가 출신으로 실용적이니 도움이 되겠다는 기대를 북한이 했는데 10.4선언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합참의장이 유사시 선제타격을 말하고, 개성공단과 핵 문제가 연결된다고 하면서 사이가 악화됐다. 문재인정부는 북핵.미사일 고도화라는 맞닥뜨린 상황 때문에 한·미 동맹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 입장에선 미국과 같이 가는 사람이다, 나에겐 유리할게 없구나 한 것이다.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김용현=베를린 선언은 그래서 나온 거다. 취임 이후 북핵.미사일 문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어쨌든 남북 관계에 대한 입장, 문재인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르다 그런 신호를 북에 주고 싶은 거였다.

▲홍양호=북한은 문 정부가 그렇게 해도 본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정부라고 판단할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가 오가는 정부를 원한다. 미국 정부에 노(No) 할 수 있는 정부와 손잡겠다는 것이 그 의미다. 따라서 우리가 대화에 목매거나 조급할 필요는 없다.

▲김용현=북한의 호응을 예측하고 대화를 던진 것이 아니다. 베를린구상 발표시점에 북한 미사일 도발이 있었다. 그대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해야 하나, 10월로 미뤄야 하나 논란이 내부에서도 있었다. 대통령이 빨리 하자고 결정했다. 북한의 호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러지 않으면 이런저런 국면에서 남북 관계가 묻힐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점입가경이다. 사드 문제는 우리와 중국의 관계인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성격이라서 쉽지 않은데.

▲김성한=지난 정부에서 새로운 정부로 넘어올 시점에 매듭을 지었어야 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직후 환경영향평가, 보고누락 문제 등으로 사드를 둘러싼 문제를 쑤시면서 중국에 (사드 철회라는) 근거 없는 기대를 심어준 것이 패착이다. 오히려 명확하게 매듭을 짓고 기존에 들이기로 한 6기는 배치해놓고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한다는 자세를 견지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 문제는 가급적 빨리 매듭을 지어야 한다.

▲김용현=오는 11월 열리는 중국 19차 당대회까지 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바꾸리라는 생각은 난망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후반기 권력을 가늠할 잣대가 되기 때문에 그 전에는 중국 입장을 유연화시킬 수 없다. 당분간 평행선이다. 뚜렷한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대석=사드는 가능한 한 빨리 배치해야 한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로 해결하자면서 사드 문제를 갖고 우리를 협박하고 제재를 가한다. 그건 옳지 않다. 대화로 풀어야 한다. 사드는 늦어도 내년 초 있을 한·미 합동군사훈련에서 시험 가동해서 기정사실화해야 한다.

▲홍양호=사드는 우리 자위적 수단으로 중국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우리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건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 출범 전에 (철회는) 안 된다는 이미지를 줬는데 전략적 모호성으로 기대감을 심었다가 다시 임시배치한다고 하면서 중국은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대선 공약 그대로 철회를 하든지, 아니면 전략적 판단을 해서 즉시 배치하든지 했어야 하는데 전략적 모호성을 준 것이 미·중 양쪽에 불신을 초래하는 형국이 됐다.

―역대급 제재안이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가 통과됐다. 제재 효과와 중국의 결의안 이행 의지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김성한=유엔 제재 패널 측 얘기를 들어보면 이번에 새롭게 채택된 대북제재가 의미있긴 하지만 지금 우리가 얘기했던 북·중 간 밀무역, 중국 법집행기관이 얼마나 철저히 단속할 건지 이런 문제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본다. 그간 중국의 안보리 결의 이행지수를 보면 100점 만점에 20~30점 준다. 거의 협조하지 않는 부류다. 그래서 결국 기대하고 있는 게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지금 중국.러시아.싱가포르 기업까지 찾아내서 서서히 늘리고 있다. 앞으로 100군데 정도로 늘어날 가능성 있다고 한다. 이게 가동되면 북한이 아파할 소지가 높아진다. 중국에 제재 동참을 기대하는 건 제한적이다.

▲최대석=유엔 안보리 제재는 북한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숨통을 끊어놓을 수는 없다. 지금도 북한에는 달러골목이 있다. 이윤이 많이 남아 북한에 밀무역을 통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제재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제재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홍양호=제재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대북제재는 역사가 얼마 안된다. 적어도 4년 정도는 제재해야 효과가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밀무역을 멈출 수 있을까. 중국도 지방정부 통제를 못한다. 북한이 추가도발하면 제재는 더 조일 것이다. 제재는 효과가 전혀 없다고 할 수도 없지만 유의미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게 제재다.

―한국 외교가 코너에 몰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미 관계에서,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에 한국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소위 '코리아패싱' 우려에 대해서는.

▲최대석=너무 과장해서 우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고 하지만 질적으로는 더 높다. 테크놀로지 등 주요 산업에서는 세계 5위권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외교적 노력은 필요하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한.미.중 정상회담 등 어떤 형태로든 한.미.중 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거다. 소위 한·미·중 소다자주의다. 우리는 미국을 설득하고, 미국이 중국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 미국을 같은 테이블에 앉히고, 한국이 북핵 문제 인식차를 최대한 좁혀 나가서 북핵 문제를 같은 인식 안에서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북핵 해법의 가장 좋은 방안이다.

▲김성한=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최근 강연에서 '코리아패싱' 얘길 한 건 의미가 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가 코리아패싱의 전형적 사례다. 협상은 미국이 다 하고 우리는 미국이 디브리핑 해주는 걸 들어야 했다. 이번에도 미·북 간 회담 논의가 제기됐을 때 한국이 디브리핑 들어야 하는 사태가 될까봐 우려된다는 조명균 장관의 발언은 주목된다. 그렇게 흘러가면 안 되는 거다. 협상 국면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 일단 북한이 핵동결에 동의하면 비핵화 회담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협상 포뮬러(공식)를 잘 짜야 한다.
이때 우리 정부의 논리가 많이 반영돼야 하는데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기 시작하면 곤란하다. 비핵화로 동력을 제공해야 코리아패싱을 피할 수 있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5.24 조치 해제 이런 쪽에 무게가 실리면 오히려 북한의 의도에 휘둘리며 코리아패싱 현상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정리=psy@fnnews.com 박소연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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