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법적 책임 없어 '고소·고발 악용'… 금전적 책임·무고죄 강화해야

      2017.09.04 18:04   수정 : 2017.09.04 18:04기사원문

대한민국에 '고소.고발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씌워지기까지는 남소(濫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무고죄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는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보복 수단으로 고소.고발이 악용될 수 있는 만큼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경우 고소.고발인에게 금전적 불이익을 받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아울러 고소.고발인 조사에서 악성 민원인을 가려내고 무고죄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해야 남소를 방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소 이유로 가장 먼저 고소.고발 비용이 들지 않고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 점이 꼽히고 있다. 전혀 손해볼 게 없어 상대방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묻지마 고소.고발'이 남발된다는 게 법조계 전언이다.


■비용 안드니 악의적 고소.고발 남발

게다가 증거 불충분 등으로 불기소 처분돼 불만이 있을 경우 관할 고등검찰청에 항고할 수 있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검찰청에 재항고할 수도 있어 고소.고발사건에 휘말리면 수년간 정상적 생활이 어렵다.

따라서 남소를 막기 위해서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경우 고소.고발인이 피고소.피고발인에게 정신.시간적 피해를 금전적으로 갚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현행 형사보상법상 기소되고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은 법원에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피고소.피고발인은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이성우 변호사(법무법인 대호)는 "피고소.피고발인은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경찰 및 검찰에 출석하는 내내 받은 시간.정신적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며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사람이 상대방의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것처럼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 고소.고발인이 피고소.피고발인에게 실비 보상을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도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인지대 및 송달료를 내야 하지만 형사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경제적 부담이 전혀 없어 남소되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고소.고발할 때도 인지대 및 송달료를 부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전했다.

■"금전적 책임, 무고죄 인지수사 적극 나서야"

고소.고발인 조사 단계에서 무고 여부를 판단하거나 무혐의 처분이 결정됐을 때 무고죄에 대한 인지 수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고소.고발이 줄어들 수 있다는 대책도 제시됐다.

노영희 변호사(법무법인 천일)는 "검찰이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민원인의 이력을 관리하고, 정도가 심하면 적극적으로 무고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며 "검찰은 기획 위주로 수사하는 경향이 있지만 고소.고발 사건도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는 만큼 무고죄에 대한 인지 수사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무고죄에 대한 무죄판결이 많이 나오는 편이어서 일부 검사가 소극적으로 인지 수사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잘못된 수사로 피해자가 생긴다는 것을 검사들은 깊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운영중인 조정제도 활성화해야

법조계는 현재 운영 중인 법원과 수사기관의 조정제도를 적극 활용하거나 활성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남소 방지책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민사.행정사건을 형사고소로 해결하려는 민원인들을 중재하고 법률 조언을 해주는 수사민원상담센터를 확대.시행 중이다. 2015년 7월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 처음 생긴 이후 전국에 총 54개가 설치, 운영 중이다. 경찰청은 수사민원상담센터를 6개월 이상 운영한 10개 경찰서를 분석한 결과 사건 처리기간이 감소하는 등 수사력에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사건 처리기간은 평균 63.1일이었지만 센터 운영 이후 17.1일이 단축된 45.4일로 나타났다. 법률상담만으로 사건이 해결돼 불필요한 고소.고발을 줄이는 '민원 반려율'도 43.3%로, 과거에 비해 10%포인트가량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지방법원에서도 불필요한 소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재판부의 배당사건을 줄여 집중적인 심리가 가능하도록 2009년부터 조정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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