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검찰 수사관 인사적체 ‘논란’

      2017.09.10 16:58   수정 : 2017.09.10 16:58기사원문
"범죄와의 전쟁 시절 선발된 수사관들이 아직도 넘쳐나 승진이 안돼요"(서울중앙지검 A검찰수사관)

"최근 법률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퇴직할 수도 없기 때문에 정년까지 일하겠다는 수사관들이 많아요"(서울중앙지검 B검찰수사관)

1990년 10월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 선포 당시 폭력조직 소탕을 위해 대거 임용한 검찰 수사관을 둘러싸고 수사관들 사이에 인사적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5.6급 승진은 바늘구멍"

젊은 수사관들은 아직 절반 가량이 근무중인 이들 때문에 승진이 막히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반면 당시 임용된 5.6급 수사관들은 지금까지 범죄 제압에 큰 역할을 했고 법률시장 포화로 로펌 사무장이나 법무사 개업을 하려 해도 어려운 상황에서 무작정 그만둘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1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5급(사무관) 수사관 정원은 479명이다.

2015년에 비해 불과 10명이 늘어난 셈이다.

2012년 349명, 2013년 352명, 2014년 358명 등 그동안 5급 수사관 인사는 '바늘구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폭 인사만 단행됐다.

6.7급(계장 및 주무관) 수사관 인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6.7급 수사관은 3324명으로, 4년 전인 2012년보다 390명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7급을 비롯해 후배 수사관들은 범죄와의 전쟁 당시 선발된 현재의 5.6급 수사관들에게 가로막혀 승진 기회가 줄었다는 주장이다.


서울동부지검 C수사관은 "바늘구멍 인사도 문제지만 5.6급 선배들 때문에 후배들이 연한을 채우고도 승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래 전부터 내부에서는 인사적체로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남부지검 D수사관도 "임용, 퇴직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인사적체가 해소될텐데 당시 선발된 수사관이 워낙 많은데다 5.6급은 퇴직을 꺼려하는 분위기여서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1989년 9급 수사관은 170명에 불과했으나 1990년 범죄와의 전쟁 당시 600명을 선발한 데 이어 1991년에도 600명을 추가로 뽑아 범죄와의 전쟁을 이어갔다. 이들중 상당수가 지금은 5.6급 고참급이 됐다.

5.6급 수사관들은 퇴직하고 싶어도 로펌 및 법무사 업계 상황이 악화대 무턱대고 퇴직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상 수사관들은 퇴직하면 법무사 사무소를 차리거나 로펌 사무장으로 재취업한다.

■"무작정 퇴직은 안될 말"

한 5급 수사관은 "대학생인 아들 교육비 등 아직 생활비가 많이 드는 상태"라며 "후배들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직장을 그만두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또 다른 5급 수사관 역시 "요즘은 로펌들이 법무사가 하는 소소한 업무까지 처리하기 때문에 법무사업계도 힘든 상황"이라며 "후배들 눈치가 보이기는 하지만 정년 때까지는 근무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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