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CF 30주년

      2017.09.10 17:22   수정 : 2017.09.10 17:22기사원문
역사적으로 뜻깊은 일이 당대에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2009년은 대한민국 경제사는 물론 세계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사건이 일어난 해다. 그해 11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2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DAC는 개발도상국에 원조를 제공하는 선진국들의 클럽이다. OECD 역사상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이 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묻혀 눈길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이 개도국 원조를 시작한 것은 이보다 훨씬 전이다. 1987년 설립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시발점이다.
당시 한국은 홍콩.싱가포르.대만 등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떠올랐다. 서울올림픽 개막 1년을 앞둔 시점이어서 국제무대에서 지위가 급부상하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로부터 원조자금을 빌려 쓰는 처지였다. 개도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후발 개도국에 대한 지원에 나선 것이다.

EDCF는 개도국들의 산업 발전과 경제 안정을 지원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이 같은 지원을 통해 이들 나라와 경제협력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다. 우리 정부가 개도국에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에는 무상과 유상의 두 가지가 있다. 무상원조 사업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정부가 개도국에 우리의 경제개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한국식 원조모델로 KSP로 불린다. 유상원조는 EDCF에서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자금이다. 첫해인 1987년에는 규모가 300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34배(1조194억원)로 불어났다.

지원분야는 과거에는 도로, 교량 등 인프라 건설 위주였으나 점차 통신, 전자정부, 의료, 에너지 등 신성장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운용 규모 증가는 한국 기업의 개도국 시장 진출 확대를 의미한다. 구매적격국을 한국으로 한정하고 원자재 공급자도 한국 업체에서 선정하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설, 통신, 의료분야 기업들이 이 자금을 토대로 전 세계 수많은 개도국에 진출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


EDCF가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30년간 53개국에서 375개 사업이 진행됐으며 총 규모는 15조2000억원에 이른다.
개도국 경제발전을 돕고,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y1983010@fnnews.com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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