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어려워진 LG트윈스의 과제는?
2017.09.23 21:40
수정 : 2017.09.23 23:11기사원문
올해 LG트윈스의 가을야구는 사실상 불가능한 미션이 돼버렸다. 23일 NC전에서 승리하며 67승 3무 67패로 5위 SK와이번스 3게임차로 뒤지고 있다. 자력으로 5위를 탈환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집단마무리·저조한 타격성적이 원흉
LG트윈스는 올 시즌 철옹성같은 투수진을 구축했다. 데이비드 허프, 헨리소사, 차우찬, 류제국, 임찬규로 이어지는 5선발 체제, 허프의 부상복귀 이후 2군에 내려갔다가 영점을 잡은 김대현까지 선발진은 제역할을 했다. 전반기까지 불펜진도 강력함을 자랑했다. 이동현, 진해수, 정찬헌, 신정락, 최동환 등은 어느 누구하나 큰 기복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후반기 가을야구를 향한 마지막 스퍼트에 접어들자 뒷문이 갑자기 헐거워졌다. 8월 이후 LG 구원진이 기록한 블론세이브는 무려 9번이었다. 앞서던 경기를 불펜들의 ‘불쇼’로 번번이 내주다보니 팀은 가을야구를 향한 동력을 상실했다.
팀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마무리 투수가 없다보니 8, 9회 중요순간에 막아내는 힘이 없었다. 여기에 불펜의 이닝쪼개기 등판이 불펜진의 균열을 불렀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9일 KT전이었다. 8회에만 진해수, 신정락, 정찬헌을 냈다. 이후 우천 중단으로 인해 경기시간이 1시간이나 지나면서 정찬헌의 어깨는 식었다. 이미 정찬헌 외에 믿을만한 불펜투수를 소진한 LG는 이진영에게 통타당했다. 9회에는 불펜진의 리더 이동현을 올렸지만 수비실책에 흔들렸고, 결국 9점이나 내주면 패했다.
기복이 심한 타선도 원흉이 됐다. 올해 LG트윈스의 홈런이 적을 것은 시즌 전부터 예상됐다. 하지만 장타율 역시 성장하지 못했다. LG트윈스의 팀 장타율은 0.399로 10개구단 중 꼴지다. 여기에 팀 병살타도 120개나 기록하며 번번히 발목을 잡았다. 젊은 타자들의 성장도 더뎠다.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채은성은 기대이하의 성적을 보였고, 김용의도 시즌 초반 이후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박용택이 분전을 했지만 나머지 타자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여기에 3루수였던 루이스 히메네스의 부진, 교체 외국인타자인 제임스 로니의 무단 이탈 등도 LG타선의 힘을 빼는 원인이 됐다.
■FA타자 영입이 필요할 때
올 시즌 LG트윈스의 가을야구 진출은 불가능에 가깝다. SK가 남은 3경기에서 전승을 하면 자동 탈락이다. SK가 1승만 해도 나머지 7경기서 6승1패를 해야한다. 기적을 바라봐야 하는 게 LG의 현실이다. KBO역사사 팀 평균자책점 1위팀이 가을야구에 처음으로 못가는 팀으로 기록될 수 있는 상황이다. 설령 가을야구에 턱걸이로 진출하더라도 내년 시즌 이같은 성적이 반복되서는 안된다.
이 때문에 가장 우선시 해야 할 것은 FA타자의 영입이다. 히메네스가 떠난 후 LG의 3루 자리는 양석환이 차지했지만 타 팀 3루수들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내년 국내 복귀를 앞두고 있는 황재균의 영입이다. 황재균은 FA 자격 획득 직전인 2016시즌 타율 0.335 27홈런 113타점으로 주가를 크게 높인 거포형 3루수다. 여기에 수비력까지 뛰어나 LG가 잡는다면 타선에 무게감을 실을 수 있다. 더욱이 양석환이 아직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밖에 민병헌, 손아섭 등 생애 첫 FA자격을 얻는 선수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감독교체를 통한 분위기 전환도 필요해보인다. 올해 양상문 감독은 타선의 리빌딩에 실패했다. 어느 한명 박용택을 뒤를 따를 수 있는 타자를 발굴하지 못했다. 투수진은 이닝쪼개기에 지쳤다.
LG트윈스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는 벌써 15년전, 우승은 24년이 지났다. LG트윈스 팬은 '극한직업'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부디 내년에는 납득할 수 있는 성적을 낼 수 있길 기대해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