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왕궁이 사용한 수세식 화장실 발굴돼

      2017.09.26 09:59   수정 : 2017.09.26 09:59기사원문


신라시대에 사용된 고급 수세식 화장실이 발굴됐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26일 경상북도 경주시 인왕동 일대 경주 동궁과 월지(안압지)의 북동쪽 인접지역에 대한 발굴조사 성과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유구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수세식 화장실 유구로 화장실 건물 내에 변기시설, 오물 배수시설까지 함께 발굴된 신라 왕궁의 화장실 유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화장실 유구는 초석건물지 내에 변기가 있고 변기를 통해 나온 오물이 잘 배출되어 나갈 수 있도록 점차 기울어지게 설계된 암거시설까지 갖춘 복합 변기형 석조물이 있는 구조다. 변기형 석조 구조물은 양 다리를 딛고 쪼그려 앉을 수 앉는 판석형 석조물과 그 밑으로 오물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타원형 구멍이 뚫린 또 다른 석조물이 조합된 형태이며 구조상 변기형 석조물을 통해 내려간 오물이 하부의 암거로 배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용방식은 변기에 물을 흘려 오물을 제거하는 수세식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을 유입하는 설비가 따로 갖추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준비된 항아리 등에서 물을 떠서 변기하부로 오물을 씻어 내보내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불국사에서 8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변기시설만 발견되거나 전북 익산 왕궁리에서 7세기 중엽의 것으로 추정되는 화장실 유구만 확인되었을 뿐 화장실 건물과 변기시설 그리고 오물 배수시설이 이렇게 같이 발굴된 사례는 없었다. 이번 동궁과 월지에서 확인된 화장실 유구는 화장실이라는 공간과 그 부속품들이 한자리에서 발견된 최초의 사례로 현재까지 조사된 통일신라 시대까지의 고대 화장실 중 가장 고급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발굴현장 동편에서는 동궁과 월지의 출입문으로 추정되는 대형의 가구식 기단 건물지가 확인됐다. 건물지의 외곽을 따라 화강암재의 가구식 기단의 지대석과 계단시설이 2곳 남아있는데 인근의 도로 때문에 가로막혀 건물지 동서방향의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상태지만 남북 21.1m, 동서 9.8m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건물지의 성격을 추정해보면 통일신라 시대 왕경 남북도로에 맞닿아 있다는 점과 건물지 규모에 비해 넓은 계단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문지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문은 아니더라도 동쪽에 자리한 점으로 보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박윤정 연구관은 "그동안 동궁과 월지에서 한 번도 발견된 적 없던 출입문이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발견이며 유적 전체의 규모와 경계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경주 동궁과 월지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인 674년, 문무왕 14년에 세워진 동궁과 주요 관청이 있었던 곳으로 지난 1975년 문화재관리국 경주고적발굴조사단에 의해 처음 조사됐다.
첫 조사 당시 인공 연못, 섬, 동궁 관련 건물지 일부가 발굴됐으며 3만여점의 유물이 출토되면서 학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 2007년부터는 동궁과 월지 북동쪽 인접지역에 대한 발굴조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대형건물지군, 담장, 배수로, 우물 등 동궁 관련 시설을 꾸준히 확인해 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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