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국회의원 출신 서기호 변호사 "억울함 풀지 못한 의뢰인 변론 최선"
2017.10.18 19:48
수정 : 2017.10.18 19:48기사원문
"'인생의 후반부를 어떻게 설계할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가장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변호사를 택하게 됐습니다"
판사 및 국회의원 출신인 서기호 변호사(47.사법연수원 29기.변호사서기호법률사무소.사진)는 18일 지난해 총선 불출마 선언 후 35일간 일정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이같이 생각했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는 "순례길에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10kg의 배낭을 메고 20~30km를 하염없이 걸었다"며 "그동안 제 인생을 돌아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목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서울북부지법 등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서 변호사는 의원 시절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 관련 홍보 예산을 낭비한 사례를 지적하는 등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했다. 또 권력형 비리사건 등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별도 설립하는 법안을 발의, 공론화하는 데도 노력했다. 그러나 당시 서 변호사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한 자격이나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며 돌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 변호사는 "총선 불출마 선언 후 정계 복귀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변호사로 새 출발한 이상 저를 믿고 자신의 곤란한 사건을 맡긴 의뢰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도리"라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지난해 6월 사무장도 없이 사무실 방 한칸을 전대차 계약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점차 사건이 이어지면서 같은해 12월부터 고용변호사를 두고 사무실을 이전하게 됐다.
서 변호사는 "아직 어떤 특정 소송 분야를 특화하거나 전문화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어서 모든 분야에 골고루 신경을 쓰고 있다"며 "법정에서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억울함을 충분히 대변해 할 말을 해주길 바라는 분들이 많이 오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겨야 할 사건인데도 1.2심에서 변론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패소, 억울해하는 분들이 저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의뢰인들 사건을 맡아 승소 판결을 이끌었다. 지난해 11월 그는 본처의 자녀들이 후처의 자녀들을 상대로 낸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 항소심 사건을 맡아 1심 패소 판결을 뒤집었다. 서 변호사는 "당시 20대 초반인 피고 측이 매매대금을 마련해 명의신탁했다는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해 승소 판결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앞으로 목표에 대해 "의뢰인들의 억울한 사정을 충분히 들어주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해 변론하겠다"며 "우리 사회가 더 투명하고 합리적인 세상이 되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한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