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지하벙커, 미술전시관 'SeMA 벙커'로 재탄생
2017.10.19 19:43
수정 : 2017.10.19 19:43기사원문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경호용 비밀시설로 지어진 서울 여의도 지하벙커가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지하에 위치한 지하벙커를 미술 전시 공간으로 개조해 'SeMA 벙커'로 명명하고 19일 개관식과 함께 역사갤러리 특별전과 기획전을 선보였다.
지난 2005년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건립 도중 발견된 여의도 지하벙커는 10년간 방치됐다가 2015년 서울시가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하면서 서울시립미술관이 관리를 하게 됐다.
윤지원 작가가 다음달 26일까지 진행하는 역사갤러리 특별전 '나, 박정희, 벙커'는 대통령의 방공호로 쓰였던 전시장 내부 공간에 미디어 아카이브를 설치, 1970년대의 비밀스러운 공간을 엿볼 수 있게 했다. 1994년 MBC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제4공화국'의 영상을 활용해 박정희 역을 맡았던 배우 이창환의 연기 모습과 현실에서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준다.
내부 방공호에서 나와 조금 더 열린 공간인 벙커의 메인 전시장에는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국의 근현대화 과정에 주목하는 전시 '여의도 모더니티'가 다음달 26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기획전에는 강예린, 진종헌, 신경섭, 김남수, 이나현, 유빈댄스, 송명규, 윤율리, 이유미, 조인철, 박정근 등 11명의 작가가 4팀으로 나눠 설치미술 작품과 퍼포먼스 등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총괄 기획한 양아치 작가는 "아무래도 공간이 가진 특수성과 지리적 특성을 생각하면서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며 "크고 넓은 도로가 수평으로 지나고 마천루가 수직으로 뻗어나가는 여의도라는 곳, 이와 동시에 과거의 역사와 현대가 교차하는 여의도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점에 집중해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비행장 활주로였다가 5·16광장으로 변모하고 또다시 공원으로 공간의 기능과 색채가 변화한 모습을 사진 이미지로 드러낸 작품 '왜 우리는 벙커가 공원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전시장 한가운데 윤율리 작가가 회벽돌로 두른 의상실에서 하얗게 탈색된 '여의도 예비군복'을 만드는 퍼포먼스 '할로미늄 여의도 베이스먼트' 등을 통해 다양한 한국 사회의 변화상, 가치관의 변화 등에 대해 돌아볼 수 있다.
임근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은 "망각되었다 시민에게 돌아온 역사적인 장소인 'SeMA 벙커'를 통해 동시대의 사회문화적 흐름을 고려하고, 역사적·물리적 특성을 살린 혁신적인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