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박 전 대통령만큼 비극적인 사람이 또..." 檢, 징역 2년6월 구형
2017.10.25 10:56
수정 : 2017.10.25 10:56기사원문
검찰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전 비서관의 결심 공판에서 "고도의 비밀성이 요구되는 청와대 문건을 유출해 최씨가 국정에 개입해 농단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문건이 악용되는 것을 초래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변론요지서, 의견진술서, 보석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최후 변론을 대신했다.
이날 푸른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근무 시절을 돌이켜보며 참담한 심정을 털어놨다.
정 전 비서관은 "이번 사건으로 구치소에서 오랜시간을 보내면서 청와대에서 일했던 지난 3년반에 대해 되돌아봤다"며 "가족들과는 일 때문에 거의 시간을 같이 하지 못한 미안함이 크고, 친구와 지인들과는 일 때문에 구설수라도 생길까 스스로 경계차원에서 거의 모든 관계를 끊고 지냈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공직자들의 노력, 절제, 사명감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저도 공직에 있는 동안 나름대로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사생활을 포기하고 최선을 다했다"며 "하지만 그런 노력들도 헛되이 이 자리에 서있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달 1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통한 심경도 밝혓다.
정 전 비서관은 "우리 정치사회에서 박 전 대통령님 만큼 비극적인 사람이 또 있겠느냐"며 "대통령을 좀 더 잘 모시지 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문건 유출 건에 대해 부인하거나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면서도 "국정운영을 조금이라도 더 잘 해보기 위해 하나하나 직접 챙기시는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좌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실수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 뜻을 헤아리고 그것을 받드는 과정에서 과했던 점은 있을 수 있지만 특별히 잘못됐다거나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지인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통치행위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와 대통령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이 전혀 생각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최씨의 행동들과 연계돼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됐다"며 "통탄스럽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또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정법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감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전 비서관의 선고기일은 다음달 15일 오후2시10분에 열릴 예정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