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A’ 믿고사는 특수채 발행시장 수술나선 정부, 왜?
2017.10.26 17:20
수정 : 2017.10.26 21:56기사원문
정부가 특수채 발행시장을 놓고 대대적인 수술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공공기관의 건전성 관리 때문이다.
공공기관들이 정부의 지급보증에 기대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초우량등급에 해당하는 AAA(트리플 A) 등급을 부여받고 채권을 쉽게 발행해 부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인식이다.
■정부 지급보증으로 AAA 신용등급, 특수채 발행 남발
26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5월부터 특수채에 부여된 정부 지급보증을 해지할 수 있는지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우량한 신용도를 무기로 특수채를 쉽게 찍어 내면서 부채비율이 치솟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해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연구용역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경제적 여건이 바뀌면서 복지인프라 확대를 위한 특수채 발행이 늘 것이란 전망도 한몫했다.
건전성을 방치한 채 특수채 발행이 늘다 보면 공공기관의 건전성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발행시스템을 점검하고 손질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공기업 각 기관들의 부채비율은 증가추세다. 우량한 신용도에 기대 찍어내는 특수채도 부채비율 증가에 기여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한국전력 등 전력공기업에서 받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전의 부채비율은 2016년 90%에서 2021년 116%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부채비율도 2016년 108%에서 2017년 117%, 2018년 127%에 이어 2021년에는 13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외 다른 공공기관들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수채 은행제도, 통합발행 제도 카드 '만지작'
기재부와 KDI는 특수채에서 지급보증을 해지하더라도 원활하게 기관들이 채권을 낮은 조달비용으로 찍어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거론되는 것이 미국의 지방채 은행제도에서 착안한 '특수채 은행' 제도다.
지방채 은행은 미국의 여러 소규모 지방자치단체들이 채권 발행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연합해서 만든 채권 발행기관이다.
즉 지방채 은행이 각 지자체 채권을 대량으로 직접 발행해 주주격인 각 지자체에 자금을 배분한다. 지자체로서는 적은 조달비용으로 자금을 제공받는 제도다.
하지만 국내 공공기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특수채 은행을 설립해서 특수채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각 기관들의 자율성이 침범당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통합해서 대량으로 발행하면 투자풀이 넓어지면서 물량 확보 차원에서 공사채(특수채)에 대한 리스크는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개별기업들이 이러한 투자형태를 번거로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잔존만기와 표면이율을 일치시키는 '특수채 통합발행'도 논의되고 있다. 통합발행은 각각 공공기관 특수채의 잔존 만기와 표면이율을 발행시점에 상관없이 일치시켜 한 종목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수채 발행종목을 단순화시키면 거래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꾀할 수 있다. 즉 유통시장을 활성화시켜 채권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복안이다.
또 특수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거둬간다는 논의가 알려지면서 공공기관을 비롯한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은 냉담 쪽에 가깝다. 지급보증 해지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도 한몫한다.
업계에선 특수채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을 해지하더라도 채권의 원활한 조달과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는 시장 기재가 잘 갖춰지지 않으면 반발도 예상된다.
한편 정부가 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특수채시장 범위에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이 발행한 특수채는 제외할 가능성이 크다. 주로 공기업이나 비금융공사 등이 발행한 특수채에 한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KDI와 기재부가 논의 중인 사항으로 확정된 것으로 안다"면서 "11월 중순 이후에나 구체적인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