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탈퇴한 TPP보다 中 건재한 RCEP 먼저…文정부 통상전략 중심이동
2017.11.14 18:30
수정 : 2017.11.14 18:30기사원문
RCEP의 경우 우리나라가 당초부터 참여국으로 협상을 이어왔지만 TPP는 원참여국이 아니라 발효 이후 가입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미국의 TPP 탈퇴와 중국 중심의 RCEP 등 동아시아 경제권 지형에 상관없이 시간적 배열에서 '선 RCEP, 후 TPP'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선 RCEP, 후 TPP로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시간 순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TPP와 RCEP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 왔다. TPP가 출범할 때도, 참여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을 때도, RCEP와 관련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국익이 최선인 방향으로 대응하겠다'는 게 공식 발표였다.
그러나 '메가 FTA'인 TPP.RCEP 흐름이 빨라지고 있는 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과 함께 미국이 TPP를 탈퇴한 점, 일본과 중국이 각각 TPP.RCEP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점, 우리 경제가 FTA 없이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과거 정부부터 꾸준히 양자간.다자간 FTA를 추진해온 점 등을 토대로 이제는 TPP든 RCEP든 문재인 통상정책의 가닥을 잡아야 할 시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중국 주도의 RCEP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협상을 계속하면서 TPP의 상황도 예의주시하며 추가 가입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TPP의 경우 미국이 빠져나갔다고 해도 일본 중심의 11개국이 포괄적.점진적 합의에 서명하며 견고하게 끌고 나가려는 움직임이 있으므로 예단을 갖고 미리 결론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RCEP는 참여국의 경제적 차이, 양자 FTA가 체결되지 않은 국가들의 이해관계 등으로 연내 타결은 무산됐지만 중국이 여전히 조속한 결론을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 입장에선 TPP와 RCEP를 놓고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충분히 유리한 줄다리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TPP는 양자 FTA를 맺지 않은 일본과 통상 발전을, RCEP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어색해진 한.중 사이에 기름칠을 하는 효과를 부수적으로 얻을 수도 있다.
다만 정부는 TPP 추가 가입 여부를 결정하기 이전에 이미 '달리고 있는 말'인 RCEP 협상에 우선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을 대신해 회의에 참석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RCEP를 강조하고 합리적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TPP와 관련한) 스터디도 하고, 향후 국내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의견수렴을 해 참가 이해득실을 따질 것"이라며 "하지만 구체적인 입장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