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집'서 아들 분유만 먹여 영양실조 사망, 부부 실형

      2017.11.29 12:22   수정 : 2017.11.29 12:22기사원문
오물이 가득한 집에 10살 아들을 방치해 영양실조와 탈수로 사망케 한 혐의를 받은 부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홍모씨(49·여)에게 징역 3년 6개월, 권모씨(52)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각각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내렸다.



홍씨 부부는 2007년 10월에 태어난 아들을 제대로 양육하지 않고 방치해 올 7월 13일 오전 4시께 서울 성북구 집에서 영양실조, 탈수로 숨지게 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홍씨는 만성 우울증과 사회공포증, 회피성 인격장애 등으로 출산 후 외출하지 않고 아들과 집에서 살았다.

홍씨는 3∼4년 전부터는 집 안을 쓰레기나 오물로 가득 쌓아놓고 청소를 하지 않았으며 남편 권씨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는 9살 된 아들에게 분유만 하루 3∼5차례 먹이고, 예방접종을 할 때만 병원으로 데려갔다. 당시 아들은 정상 교육을 받지 못해 9살이 돼서도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고, 옹알이 수준의 의사소통 능력밖에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당시 아들은 키 119㎝에 몸무게 12.3㎏으로 마른 상태였으며 머리카락은 자르지 않아 26㎝에 달하는 등 위생 관리를 잘 받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는 지난해 3월 의사로부터 아들이 인지·언어·사회성 발달이 부족해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진단으로 아들은 초등학교 입학이 미뤄졌다.

재판부는 “아들에게 분유만 먹이고 쓰레기와 오물이 가득한 집에서 생활하게 하는 등 부모로서 최소한의 조치조차 하지 않은 채 유기해 결국 숨지게 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두 사람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자녀를 사망에 이르게 할 고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앞으로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점, 홍씨의 경우 (우울증 등으로) 심신 미약 상태였던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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