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규제 프레임에 갇힌 네이버·카카오

      2017.12.01 17:39   수정 : 2017.12.01 17:39기사원문

"정부와 입법기관은 기술적 변화를 이해하고 따라가면서 '규제의 틀'을 갖춰야 한다. 기술적 진보는 그에 걸맞은 입법시스템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공익을 지키면서 혁신을 억압하지 않으려면, 기민하고 민첩하게 기술적 진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입법.규제 시스템을 재편해야 한다.

"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2016년 10월 국회 강연 당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규제 혁신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국회가 입법권을 무기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 발목잡기에 나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경 없는 인터넷.모바일 생태계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부가통신사업자)를 과거 규제 틀에 갇혀 있는 통신사(기간통신사업자)와 같은 잣대로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ICT 뉴노멀법'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토론회를 연달아 개최했다. 'ICT 뉴노멀법'은 기존 전기통신사업법과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개정해 인터넷 포털 사업자에 대한 규제와 책무를 강화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날 김성태 의원은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과 공동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지금의 대형 포털은 20여 년 전 혁신적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무장했던 벤처가 아니"라며 "검색시장과 뉴스 생태계를 잠식하는 포식자"라고 주장했다. 김경진 의원도 "규제가 절대선은 아니다"라면서도 "플랫폼 기반 경제에서 포털의 영향력이 조절될 수 있도록 규제 틀을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네이버,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카카오 등이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공룡들로부터 국내 모바일 영토를 지켜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양대 경영학부 신민수 교수는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 상황을 살펴보면 국내 ICT 플랫폼 산업은 보다 높은 성과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디어, 통신, 플랫폼 사업 영역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플랫폼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기업이 출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류민호 교수는 "급변하는 인터넷 산업에 대한 규제 실패는 무한경쟁 중인 국내 인터넷 플랫폼 산업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인터넷 규제에 대한 철학을 세우고 다양한 시장 참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 김재영 이용자정책국장은 "프랑스도 지난해 10월 플랫폼 사업자에게 공정성 확보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별도의 제재규정은 없다"며 "기간통신과 부가통신사업자 간 규제형평성을 맞추는 과정에서 포괄적인 사전규제보다는 사후에 이뤄지는 핀셋규제가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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