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된 여성긴급전화 1366 ...울산센터 운영중단 15일째

      2018.01.15 09:44   수정 : 2018.01.15 09:44기사원문


【울산=최수상 기자】 폭력 위기에 처한 여성들의 긴급구호 전화인 '여성긴급전화 1366' 울산센터의 운영이 새해들어 15일 째 중단되면서 파행을 겪고 있다.

하루 평균 23건에 이르는 긴급전화상담은 중앙센터와 부산센터 상담원이 대처하고 있지만 약 8명에 이르는 긴급현장 방문 상담은 전면 중단됐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 위기에 처한 여성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15일 울산시에 따르면 1366울산센터의 운영이 중단된 것은 사회복지법인 '밝은미래복지재단'의 갑작스런 위탁운영 해지요청에서 비롯됐다. 재단이 맡은 위탁기간은 올해 3월말까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사갈등을 겪어오다 10월 울산시에 위탁계약해지를 요청한 뒤 해가 바뀌자 완전히 손을 뗐다. 센터장은 해고하고 상담원 14명에게는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울산시는 수차례 공모를 통해 위탁기관을 찾고 있지만 노사갈등 소문이 확산되면서 선뜻 나서는 비영리단체가 없는 실정이다. 현재 4차 공모를 진행 중이지만 정상적인 운영까지는 적어도 6주가량의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상담원 야간수당 미지급으로 촉발
밝은미래복지재단은 2010년 4월부터 여성긴급전화 1366 울산센터를 위탁운영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상담원들의 야간수당미지급 사실이 확인되는 등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일면서 비난을 받아왔다. 재단 측은 통합수당에 야간수당까지 포함됐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상담원 14명 중 5명은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에 가입, 재단 측에 수당지급과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당시 재단 측을 옹호하던 상담원들과도 마찰을 빚어 소송전도 진행중이다. 현재 이들 5명은 재단 측의 근로계약 해지통보에 불응하고 울산시 중구 시티빌딩 내 사무실에서 24시간씩 교대로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다.

여성긴급전화 1366은 폭력에 노출된 여성을 대상으로 긴급한 보호, 상담, 구조 등을 담당하는 곳으로 울산을 비롯해 전국 18곳에 센터가 설치돼 있다. 울산시는 지난해 10월 밝은미래복지재단의 계약해지요청이 접수되자 곧바로 3차례에 걸쳐 위탁기관을 공모했으나 지금까지 1건의 신청도 들어오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사회복지법인이나 민간비영리단체들 사이에 노사협상 등 복잡한 일이 많은 것으로 소문이 나면서 선뜻 나서는 단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15일부터 들어가는 4차 공모에서는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노조원의 고용승계 의무도 없기 때문에 신청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여성노동단체, 울산시 직영 요구
울산지역 여성, 노동단체 등은 1366의 경우 24시간 운영되는 긴급전화인 만큼 상시운영이 필요하다며 울산시의 대처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재단 측의 일방적 위탁운영 중단도 문제지만 이를 받아들인 울산시가 책임을 지고 수탁기관을 찾을 때까지 만이라도 직접 운영을 재개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1366 울산센터의 사회적 기능을 생각한다면 수탁기관을 못 찾았다는 이유로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울산시민 특히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1366을 직영하면 관리를 해야하는 담당 공무원들의 잦은 인사와 전문성 결여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임금인상과 처우개선 등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오히려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국비가 증액되거나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366 운영비는 연 4억여원으로 여가부와 울산시가 50%씩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일뿐 실제는 상담원을 직접 고용할 경우 공무원노조 가입 등의 문제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