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완화적 스탠스에도 오른 유럽 금리, 그리고 환율

      2018.01.26 13:50   수정 : 2018.01.31 17:01기사원문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예상대로 정책금리와 월간 자산매입 규모를 동결했다. 경제전망이 악화되면 양적완화 규모·기간을 늘리겠다는 성명서 문구도 유지했다.

ECB는 25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예치금금리(depo)를 현행 마이너스(-) 0.40%로 유지하고, 대출기준금리(refi)는 0.00%로 동결했다.

긴급대출금리도 0.25%로 유지했다. 월간 양적완화(QE) 규모 역시 오는 9월까지 현행 300억 유로를 유지하기로 했다.


ECB는 성명서에서 "정책금리를 현 수준으로 장기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전망이 악화될 경우 자산매입 규모·기간을 확대·연장할 수 있다"는 문구를 그대로 두었다.

자산프로그램의 종료 시점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가운데 ECB는 필요할 경우 9월 이후에도 연장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유지한 것이다.

구혜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CB가 자산매입 종료 및 향후 통화정책 변경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위해선 물가경로에 대한 확인과 유로화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따라서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ECB, 완화적 스탠스 고수하지만 금리는 올라..경기·물가 관점 나아져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정책회의 이후 "필요한 경우 부양조치를 지속하겠다"면서 "올해 기준금리를 조정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완화적 스탠스를 유지한 것이다.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가운데 지속적인 가격상승에 대한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근의 환율 변동성은 불확실성의 원천으로 관찰이 필요하다는 스탠스다. 유로화 강세를 지적하며 충분한 수준의 통화부양책을 유지하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하지만 물가와 경기 평가는 사실상 좀더 개선됐다.

드라기 총재는 "역내 경제성장이 견고하고 광범위한 모습"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억눌려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오를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유로존 경제확장과 통화정책에 힘입어 근원 물가상승률이 중기적으로 점진적 속도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라기 총재가 '부양조치 지속'을 언급했지만 유로존 금리는 반등하면서 나아진 경기와 물가 판단에 무게를 실어줬다.

코스콤 체크(3931)를 보면 독일 분트채 10년물 금리는 2.2bp 상승한 0.6051%를 기록했다. 스페인 10년 국채는 4.62bp 상승한 1.4065%, 이탈리아 10년 금리는 4.76bp 오른 1.9561%를 나타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유로존이 예상대로 완화적 스탠스를 유지했지만 드라기 총재가 양호한 경기상황과 물가에 대한 자신감을 그런대로 피력했다"면서 "이에 따라 유로존 금리가 오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금리가 트럼프의 강달러를 원한다는 발언으로 반락하긴 했지만, 국내 시장은 이를 크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유로존 통화정책 수장들이 통화완화 지속 필요성을 거론하긴 하지만 주변 상황은 변화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면서 "통화정책가들의 쇼잉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환경이 아닌가 한다"고 진단했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기가 상승세 속에 있기 때문에 큰 방향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인식도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부진했던 유로존의 수출이나 소매판매가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11월 실업률은 8.7%로 2009년 이후 가장 낮다"면서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등이 있으나 유로존 경기는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환율 갈등 변수
주요국 환율 갈등도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므누신 재무장관의 '약달러를 원한다'는 발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강달러를 원한다'는 입장표명 등이 시장에 혼란을 준 가운데 ECB가 내놓을 대응이 관심이었다.

드라기 총재는 이같은 미국의 입장에 대해 "불확실성의 근원인 만큼 지켜봐야 한다. 미국의 달러 약세 선호발언이 통화환경 변화를 초래한다면 통화정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로화 강세는 일부 미국 발언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 회원국 간 합의를 위반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유로화 강세를 누그러뜨릴 만큼 강한 강도로 다가오지 못했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24일 세계경제포럼 연차 총회 기자회견에서 "명백하게 무역과 기회 측면에서 달러 약세는 우리에게 좋다"고 한 발언은 상당한 파격이었던 데에 반해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다소 밋밋했다는 것이다.

은행의 한 딜러는 "드라기 총재가 완화기조를 유지했다고 했으나 경기와 물가에 대해 견해는 나아졌다"면서 "미국 발언에 대한 반응이나 경기관 등을 보면 유로화 강세를 일정부분 수용하겠다는 의도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당장 유로존의 금리인상 등은 어렵지만, 어찌됐든 정책이 정상화 쪽으로 움직일 수 있어 금리가 오르고 유로화 가치도 더 뛸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아무튼 새해 들어 미국, 유로존,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간에 환율을 놓고 예민한 흐름이 감지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이 격화돼 글로벌 경기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정적자 확대로 인해 외국인 자금의 유입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경제에서 지금까지 재무장관이 약달러 선호 발언을 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 발언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원 "과거 1985년 9월 22일 플라자합의 및 1995년 9월 미 재무장관의 강달러 선언에서 나타나듯이 미 재무장관의 환율 발언은 달러 가치의 분수령으로 작용한 바 있다"면서 "므누신 장관 발언을 계기로 약달러 기조가 확대된다면, 근린궁핍화 부작용을 낳은 선진국 간의 환율전쟁 및 미 장기 시장금리의 큰 폭 상승 가능성 등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5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달러강세를 원함을 밝히며 전일 므누신의 발언을 뒤집었지만, 2018년 상반기 미 달러가치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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