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이유' 20~30대 탈북 여성…성범죄 노출 우려도 증대
2018.02.01 15:30
수정 : 2018.02.01 15:30기사원문
■탈북민 절반 20~30대 여성, 생활고에 성매매까지
1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입국한 탈북민은 지난해 9월 기준 3만1093명에 이른다. 이중 2만2000여명이 여성이며 특히 1만5000여명은 20~30대 여성으로 국내 입국 탈북민의 절반을 차지한다.
1998년까지만 해도 12%에 불과하던 여성 탈북민 비율은 2002년부터 50%를 넘었고 이후 10여년간 꾸준히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입국한 탈북민의 경우 여성이 10명 중 8명꼴로 압도적이었다.
경찰은 “올해도 국내 입국 탈북민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0~30대 여성은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힘든 과정을 견뎌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입국 후에도 취업 등을 통해 비교적 사회정착을 쉽게 할 수 있어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30대 여성들의 주된 탈북 동기는 경제적인 이유다. ‘식량 부족과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50.2%)와 ‘돈을 벌기 위해서’(29.3%)가 ‘통제가 싫어서’(23.4%)나 ‘신변 위협 때문’(12.4%) 등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이들이 주로 국내에서 하는 일은 식당 서빙이나 골프장 캐디 등으로, 대부분 돈벌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탈북 브로커에게 탈북 비용을 지불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성관련 일에 종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티켓 다방, 노래방 도우미, 퇴폐마사지, 일본 원정 성매매, 음란물 공연 등 유형이 대범해지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여성 신변보호관 증원, 범죄예방교육 앱 개발
전문가들은 일부 20~30대 여성 탈북민들이 비교적 돈벌이가 쉬운 성관련 범죄에 노출되면서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탈북 여성이 국내 여성보다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는 경우가 10배 이상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결국 20~30대 여성 탈북민들의 원활한 국내 정착을 위해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탈북민들의 신변보호와 정착 지원을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범죄예방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탈북민 신변보호 경찰관들은 탈북민 집단거주지 등을 직접 찾아가 교육 및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2016년 32회 2696명이던 범죄예방교육을 지난해 308회 5430명으로 교육 횟수와 인원을 대폭 늘렸다.
특히 20~30대 여성 탈북민들을 밀접하게 보호하기 위해 신변보호관의 여성 비율을 확대했다. 2012년 전체 신변보호관 723명 중 41명으로 5.6%에 불과하던 여경 비율은 지난해 897명 중 160명으로 17.8%까지 증원됐다.
올해는 생업에 종사하느라 교육을 받지 못하는 탈북민들을 위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도 개발할 계획이다. 범죄예방교육 앱에는 성범죄 대처 요령, 보이스피싱이나 다단계 등 사기 피해에 대한 조치, 가정폭력 대응 방안 등이 담긴다.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탈북민이 많은 지역에 신변보호관을 증원하는 등 순환배치도 실시한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 탈북민들은 우리 사회에 기반이 없는 사회적 약자로 범정부 차원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우리 국민”이라며 “사기나 성범죄, 가정폭력 등 각종 범죄에 노출돼 있어 이들의 효과적인 정착 지원과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