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호반-대우 M&A, 두 회사의 굴곡진 역사
2018.02.08 14:04
수정 : 2018.02.08 14:36기사원문
■호반, 대우 인수 눈앞에서 포기 선언…"인지도 높였다"
8일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측은 통제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이 발견되면서 미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적극적인 M&A로 그룹 몸집을 키워왔다. 지난 2001년 스카이밸리 C.C, 2010년 하와이와이켈레 C.C, 2011년 KBC광주방송 등을 인수했다. 지난 2016년엔 울트라건설을 인수하며 토목 분야 포트폴리오를 채웠고, 2017년엔 제주퍼시픽랜드 인수에도 성공했다.
금호산업, 한국종합기술 등의 기업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낮은 입찰가를 써 내며 고배를 마셨다. 특히 동부건설, 보바스기념병원, SK증권 등과의 M&A에서는 본입찰 불참을 선언해 '막판에 발을 뺀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상열 회장의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에 기반한 신중한 행보를 인정한다고 해도 인수 성공보다 실패 혹은 불참 사례가 많았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도 '완주'에 대한 의문의 시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호반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고래를 삼킨 새우'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자신했지만 3000억원에 달하는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손실 앞에서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다만 대우건설 인수 실패에도 호반건설은 인수전을 통해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많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대형사를 인수하는 중견사로 전국적 인지도를 얻은 것만 해도 비용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이익"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추락한 기업가치…증권가 사실상 "매도"
하지만 주인 찾을 기회를 또다시 놓친 대우건설은 기업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헐값 매각 논란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새 주인을 맞이하기 직전까지 갔지만 이제는 '호반 마저 인수를 포기한 회사'라는 오명을 쓰게 됐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그룹에서 분리돼 나온 대우건설은 경영난을 겪으면서 워크아웃 과정을 겪고 M&A 시장에 나왔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될 당시에도 체급이 낮은 금호가 대형사를 품었다는 우려가 있었다. 결국 '승자의 저주'를 극복하지 못한 금호는 2009년 대우를 다시 시장에 내놓았고, 2011년 산업은행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7년째 최대주주로 있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는 줄곧 하락해왔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된 직후 인 2007년 말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8조453억원까지 치솟았지만, 2008년 말 2조8924억원까지 급감했고 2011년 산업은행에 재매각될 당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4조3640억원으로 불었다. 그러나 2018년 2월 7일 현재 다시 2조3607억원까지 쪼그라든 상태다.
문제는 이번 호반건설의 인수가 무산되면서 앞으로 시장에서 대우건설을 바라보는 기업가치가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내부에서조차 "호반건설의 인수 포기라는 결과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날 증권가에선 대우건설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어지간해선 상장사에 쓴소리를 하지 않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이날 대우건설에 대한 기업평가 보고서를 낸 9개 증권사는 모두 목표주가를 내려잡았고, 특히 DB금융투자는 동시에 투자의견까지 '보유'로 내려잡았다. 통상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동시에 하향조정할 경우 국내 증권가에선 사실상 '매도'하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