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해외서 안마 무자격자 고용해 영업..의료법 위반 아니다“

대한민국이 아닌 해외에서 안마 무자격자를 고용해 영업을 했더라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안마사를 시각장애인으로 제한하는 의료법이 국내 시각장애인의 생계 지원에 입법 목적이 있는 만큼 외국에서 안마업을 하는 것까지 자격을 갖춰야 할 의무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나모씨(41)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내국인이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안마업을 하는 경우에도 의료법상 자격인정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그릇된 전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나씨는 2010년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에서 안마시술업소를 열고 안마사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고용해 안마 시술행위를 하도록 한 혐의로 2013년 재판에 넘겨졌다.

의료법 82조 1항은 ‘안마사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 중 시·도지사에게 자격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씨에게는 이곳에서 남성 종업원들에게 동성애자 손님들과 유사성행위를 하게 한 혐의(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상 성매매알선등)도 적용됐다.

나씨는 1, 2심에서 공소사실 전부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자 “대한민국이 아닌 국가에서까지 안마 자격자 인정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성매매알선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확정했으나 의료법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안마사를 시·도지사의 자격인정을 받은 시각장애인으로 제한하는 해당 규정의 목적이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업을 독점시킴으로써 그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직업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데 있음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안마업을 하려는 사람에게까지 시·도지사의 자격인정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e-mail]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