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식사’가 될뻔한 ‘버들이’, 새가족으로 행복 찾다

      2018.05.07 16:08   수정 : 2018.05.07 16:08기사원문
우리나라에는 동물보호법의 '사각지대'인 개농장이 전국적으로 1만7000여곳에 달한다. 파악된 곳만 이정도니 실제로는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개농장에서는 한 곳에서 적게는 10마리 안팎, 많게는 6000마리에 달하는 개가 사육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식용견'과 ’반려견’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동물자유연대에서 개식용 반대 캠페인을 담당하는 조소영 활동가는 최근 경기도 고양시의 한 개농장에서 ‘버들이’를 구조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조씨를 만나 식용 목적으로 길러진 개도 충분히 사랑받는 반려견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농장에서 만난 버들이 입양
조씨는 동물자유연대 정책국에서 개식용 반대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는 동물보호 활동가다. 동물자유연대는 대시민 캠페인, 정부 정책 제안, 피학대 동물 구조 등의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로 남양주에 반려동물복지센터가 있다. 이전 보호자로부터 학대를 당하거나 번식장, 개농장 등에서 구조한 동물들이 입양을 가는 반려동물복지센터에서 조씨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조씨는 7일 “이곳에서 상처받은 동물들을 보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특히 식용 목적으로 길러졌다가 구조된 개들이나 누군가가 먹기 위해 몽둥이로 때리는 과정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개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씨가 이렇게 동물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버들이’를 만나게 됐다. 지난 지난 3월 19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개농장에 현장조사를 하러 갔다가 뜬장에 위태롭게 갇혀있는 한 아기 강아지를 보게 된 것.

당시 농장에는 80여 마리의 개들이 발이 빠지는 뜬장 안에서 물도 없이 오직 음식물쓰레기만을 먹으며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조씨는 “다른 개들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두렵거나 혹은 반가운 마음에 컹컹 크게 짖는데, 이 강아지만이 유일하게 짖지 않고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며 “개식용 산업의 현황과 실태를 파악하는 현장조사에서는 개들을 구조하지 못하고 쓸쓸한 마음을 안고 돌아가야 하는 것이맞지만, 이때만큼은 ‘버들이’에게 따뜻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고 회상했다.

농장주는 조씨에게 흔쾌히 웃으며 강아지를 꺼내 안겨주었고 극적으로 개농장을 탈출해 누군가의 한 끼 식사가 될 운명에서 벗어난 버들이는 현재 조씨의 보물 1호다. 조씨는 “진심이 통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수많은 개들이 있는 농장주에게 태어난 지 3개월밖에 안 된 어린 강아지는 앞으로 얼마든지 더 ‘생산’해 낼 수 있는 별 거 아닌 ‘상품’일 뿐인지는 모르겠지만, 버들이를 구조해 가족으로 맞을 수 있어 기뻤다”고 털어놨다.

■”연민이나 동정심 아닌 ‘책임감’으로 키워요”
조씨가 버들이를 입양한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한번 손을 내민 개들은 끝까지 책임진다는 활동가의 의지 만큼은 확고했다. 조씨는 “내가 이 동물을 십 년 이상 기를 수 있을 것인지, 지금 당장의 연민과 동정심에 휩쓸려 감정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버들이는 구조 당시 5kg밖에 나가지 않는 어린 강아지였지만 앞으로 15kg 이상 커질 진돗개다.

많은 반려인들이 어릴 적 예쁜 모습에 반해 동물을 사거나 입양한 뒤 커지는 몸집을 감당하지 못해 유기하거나 다른 곳으로 입양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버들이의 경우 일주일 이상 고민하고 신중하게 입양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한번 내가 손을 내민 개들은 끝까지 책임진다는 소신이 강하게 있었기에 구조 후 입양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씨 가족의 일원이 된 버들이는 마치 가족이 되기로 예전부터 약속이 되어 있었던 것 마냥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개농장에서 슬픈 눈으로 조용히 조씨를 쳐다보던 그 개가 맞나 싶을 정도로 활발하고 애교도 많다.고 한다. 조씨는 “버들이는 기존에 키우고 있는 반려견 ‘토벤’이와 토끼 ‘구름’이 하고도 잘 어울린다”며 “토벤이와 버들이는 서로에게 좋은 산책 메이트이고 사과 한 쪽도 나눠먹는 둘 도 없는 친구가 됐다”며 웃었다.

조씨는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와 기존에 키우고 있는 개는 전혀 다르지 않고 그저 같은 ‘개’일 뿐이라는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며 “사람들은 반려견과 식용 목적으로 길러진 개들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구분짓기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만들어진 잘못된 논리"라며 버들이와 토벤이 모두 저에게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아이들일 뿐”라고 덧붙였다.

■”문화가 바뀌어야 펫숍도 사라진다”
조씨는 유기견 혹은 보호견을 입양하는 가장 큰 장점으로 “문화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하지 않고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한다면 펫샵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한다면 모견을 영원한 새끼 낳는 기계로 만드는 번식업에 돈을 지불하는 것과 같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펫숍이 아닌 보호소에서 데리고 와 위험에 처한 동물을 보듬으며 행복감을 느끼고 더 나아가 선진적인 반려문화를 만드는게 일조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조씨는 “나의 경우처럼 직접 개농장에서 개를 구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웹사이트나 SNS를 보면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들 역시 가정으로의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가능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개농장 구조견들의 삶에 공감하고 함께 가슴 아파하며 직간접적으로 개와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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