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가 빠른 공을 던지는 이유
2018.05.16 17:13
수정 : 2018.05.16 17:13기사원문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는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최고 시속 163㎞의 강속구를 스피드건에 남겼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인 시속 170㎞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을까? 이처럼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궁금함에 대해 일본프로야구 17년, 메이저리그서 7년간 활약했던 사이토 다카시(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상담역)가 입을 열었다.
사이토는 미.일 통산 112승 139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25일(이하 한국시간) 오타니 쇼헤이가 휴스턴전서 5회 시속 101마일(163㎞)의 빠른 공을 던지기 전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인 투수 최고 구속이었다. 오타니의 투구를 분석하기에 최적화된 인물.
현재까지 메이저리그 직구 최고 스피드는 아롤디스 채프먼(뉴욕 양키스)의 시속 105.1마일(169.2㎞)이다. 오타니(193㎝.92㎏)는 채프먼(193㎝.97.5㎏)과 비슷한 체격 조건을 지녔다. 흑인 채프먼은 허리, 동양인 오타니는 어깨 관절의 유연성을 이용해 광속구를 던지고 있다. 다음은 일본 언론에 소개된 사이토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투구 밸런스가 뛰어나다. 큰 신장에서 내리꽂는 직구의 각도를 앞세워 삼진을 잡아낸다. 같은 높이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포크볼과 콤비를 이뤄 타자들을 괴롭힌다. 오타니는 지난 14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서 6⅓이닝 동안 1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데뷔 6경기 안에 11개의 삼진을 잡아낸 투수는 1998년 케리 우드(당시 시카고 컵스)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우투수 오타니는 왼발을 들어올린 후 부드럽게 체중 이동을 한다. 데뷔 경기(4월 2일) 때만 해도 높은 공이 많았다. 최근 들어서는 의식적으로 상체를 덮어 낮게 던지려고 한다.
보통의 투수들에게는 무리한 동작이지만 어깨 관절이 유연한 오타니에겐 상관없다. 한 가지 염려되는 점은 힘을 모아 던지려는 순간 축을 지탱하는 오른쪽 발의 불안정감이다. 우투수의 경우 들어올린 왼발을 내리며 공을 던지려 할 때 한자로 '사람 인(人)'자 모양이 되어야 한다.
공을 던지고 나면 인(人)자가 '들 입(入)'로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이 때 손끝에서 오른발까지 일직선을 이뤄야 이상적이다. 오른쪽 발이 흔들리면 왼쪽 허벅지나 엉덩이 근육에 부담을 주게 된다. 메이저리그의 딱딱한 마운드 주변 흙이나, 162경기의 긴 스케줄을 감안하면 우려되는 부분이다.
오타니의 투구 폼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3㎞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오른쪽 발의 흔들림을 보완하면 더 빠른 공도 가능하다. 170㎞를 넘길 수도 있지 않을까.
아롤디스 채프먼는 마무리 투수다. 1~2이닝밖에 던지지 않는 탓에 최대한 힘껏 공을 뿌린다. 반면 오타니의 보직은 선발이다. 체력 안배를 해가며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과연 170㎞의 강속구 기록을 깨트릴 수 있을까?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