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난민' 목소리 커지는 유럽… 獨연정 좌초 위기

      2018.06.17 17:21   수정 : 2018.06.17 17:21기사원문

지난 2015년 난민 사태를 독일과 프랑스의 노력으로 무마했던 유럽연합(EU)이 약 3년만에 다시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 난민 사태 이후 들어선 반(反)난민 정권들이 EU의 난민정책을 거부하는 동시에 난민 수용의 선봉이었던 독일 내부에서도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인데 유럽 정상들은 일단 긴급 회동으로 갈등 봉합에 나설 예정이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16일(이하 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29일로 예정된 EU 정상회담에 앞서 이르면 다음주에 EU 정상들을 초청해 긴급 회동을 열고 난민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붕괴 위기에 몰린 독일 연정

영국 일간지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16일 자신의 주간 인터넷 채널을 통해 난민 문제가 "유럽식 해법이 필요한 유럽의 난관"이라며 "이는 유럽의 연대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문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날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이 제안한 난민 규제 정책을 거절했다.
지난 3월 취임한 제호퍼 장관은 이미 EU 내 난민 수용소에서 거부당했거나 다른 EU 회원국에 망명 신청을 한 난민이 독일 국경에 도착할 경우 이들을 되돌려 보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메르켈 총리는 해당 제안에 반대했다. 그는 EU 차원에서 난민 정책을 다뤄야 하며 독일이 일방적으로 난민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제호퍼 장관은 오는 18일에 난민 규제를 강행할 계획이다.

만약 제호퍼 장관이 규제를 강행한다면 독일 연정 전체가 위험해진다. 독일 기독민주당(기민당)을 이끄는 메르켈 총리는 기존 난민 수용 정책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지난해 총선에서 지난 12년간 연정을 이어온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기사당)과 함께 턱걸이로 승리했다. 기사당 대표이면서 내무장관을 겸하는 제호퍼 장관은 앞서 12일에 난민 규제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메르켈 총리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빌트를 통해 "메르켈 총리를 실각시키거나 기민·기사 연정을 해칠 생각은 없으며 단지 국경에서 난민들을 거부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원할 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민당의 마티아스 미델뷔르흐 내무 정책 대변인은 연정 붕괴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유럽 곳곳에서 거세지는 '반난민' 목소리

난민을 거부하는 목소리는 독일뿐만 아니라 주요 EU 곳곳에서 퍼지고 있다. 이달 반난민·반EU를 외치며 새로 출범한 이탈리아 정부의 관계자는 빌트를 통해 "(긴급회동에 대해)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으며 지금은 준비단계"라고 귀띔했다. 그는 "긴급회동이 언제 열릴 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일 각료회의에서 사흘 전 지중해 난민구조선 입항을 거부한 이탈리아 정부를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에 13일 양국 간 경제장관 회담을 취소하고 프랑스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16일 발표에서 추가로 2척의 난민 구조선이 이탈리아로 향하고 있지만 입항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더 이상 불법 이민에 연루되지 않겠다"며 "우리는 (국제사회의) 모욕과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난민에 대한 거부반응은 우선 중동·아프리카 난민들이 가장 먼저 도착했던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과 아울러 동유럽에서 시작되어 서유럽으로 퍼지는 추세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총선에는 반난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극우 자유당이 중도우파 국민당과 연정을 꾸려 정권을 잡았다.
헝가리에서는 EU의 난민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올해 4월 3연임에 성공했으며 폴란드는 2016년 민족주의성향의 '법과정의당'이 권력을 잡고 반난민 정책을 펴고 있다. 슬로베니아에서는 이달 초 총선에서 난민유입에 반대하는 우파 슬로베니아 민주당(SDS)이 1당으로 도약했다.
테오 프랑켄 벨기에 이민장관은 16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며 오스트리아처럼 유엔을 통해 난민 심사를 거친 사람들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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