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십니까’ 길거리 포교 활동 대처법은?

      2018.07.21 10:37   수정 : 2018.07.21 10:37기사원문
“0000를 찾고 있는데 어떻게 가는지 길 좀 알려주시겠어요?”

음악을 들으며 집으로 가던 최씨(32)에게 낯선 커플이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커플은 길을 알려주고 돌아서는 최씨를 다시 붙잡더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몇 분간 이야기를 해보니 그들은 길거리 포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최근 3개월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자주 만난 최씨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잠시 고민하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들을 따라갔다.

최씨가 도착한 곳은 동네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3층짜리 건물이었다.
안에 들어가 보니 화난 표정의 불상과 함께 제사상이 차려져 있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조상과 종교를 내세우며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압박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돈을 요구했다. 최씨는 당황했지만 한 시간가량 열띤 토론과 밀당(?)을 한끝에 재방문을 약속한 후 그곳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길거리 포교 활동이 여전히 성행 중이다. 수법도 갈수록 다양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곤경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에는 “조상이 잘 지켜주고 있다”, “눈빛이 맑고 인상이 좋다” 등 뻔한 말로 속이려 했다면 최근에는 길을 묻거나 심리검사나 설문조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도믿맨(도를 믿는 사람)’은 항상 2인 1조로 행동하며 혼자 다니는 사람만 목표로 삼는다.

■ 길거리 포교 대처법·역관광 등 관련 영상 7만여 개

유튜브에서 ‘도를 아십니까’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대처법·퇴치법·역관광 등 관련 영상이 약 7만여 개가 검색됐다. 그중 유명 유튜버 유정호 씨가 올린 영상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지난해 12월 업로드된 ‘집에 찾아온 도를 아십니까 문 열어주고 장기매매범인 척함’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정호 씨는 “물 좀 달라”고 부탁하는 남성에게 문을 열어줬다.

물만 먹고 갈 줄 알았던 남성은 “부모가 아프지 않냐”, “수호해주는 조상신이 붙어있다”. “덕을 받은 만큼 조상님께 공을 들여야 한다” 등 질문하며 집으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조상님께 기도를 드리기 위해 과일상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호 씨는 장기매매범인 척 혈액형을 묻고 전화하는 연기를 하며 수술 여부를 물었다. 당황한 남성은 “왜 문을 잠그고 혈액형을 묻느냐. 다음에 오겠다”며 신발을 들고 도망갔다.

해당 영상은 665만회 이상의 조회수와 1만 개가 넘는 댓글이 이어지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댓글을 살펴보면 “웃다가 울다가 님 멋지십니다. 상상도 못할 최고십니다”, “사이다. 나도 써먹어 봐야지”, “뚝배기, 재활용품, 너무 웃기고 시원한 거 아닙니까” 등 공감하며 대부분 통쾌하다는 반응이었다.

■ 반대 의사 확실히 표현하고 무시해야.. 경범죄로 처벌 가능

2인조로 구성된 일당(?)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혼자 있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이에 위압감을 못 이겨 돈을 뺏기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길거리 포교 활동을 자주 접해본 직장인 김씨(33)씨는 “무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대응하면 대화가 길어지고 그들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며 “말을 걸어도 무시하면 그들도 포기하고 따라오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길거리 포교 행위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을까?

헌법 제2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질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종교에 대해 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 단, 포교 과정 중 강압적인 신체 접촉이나 협박,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쫓아오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14호에는 (단체 가입 강요) 싫다고 하는데도 되풀이하여 단체 가입을 억지로 강요한 사람, 41호에는 (지속적 괴롭힘)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해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은 처벌할 수 있다. 14호를 위반하면 5만원, 41호를 위반하면 8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 같은 포교 행위로 신고된 건수는 연중 20건 미만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17건, 2017년 10건, 올해 6월 기준으로 18건이었다. 실제로 일어난 포교 행위에 비해 신고 건수가 적은 이유는 동영상, 녹음 등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현장에서 단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길거리 포교 행위에 대해 경찰청 생활질서과 관계자는 “경범죄 처벌 기준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단순히 종교에 가입하라고 유도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계속 따라오면서 종교 가입을 강요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3자가 보기에 한 사람을 놓고 여러 사람이 단체에 가입하라고 5분 이상 붙잡으면 의심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생활질서과 관계자는 “현장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피해자와 목격자가 함께 있으면 처벌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시간으로 경찰이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하여서 피해를 보면 곧바로 112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라고 덧붙였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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