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방망이 불났다..좌타자 3인방 '화력대결'
2018.07.23 17:32
수정 : 2018.07.23 17:32기사원문
한반도가 111년 만에 가장 뜨겁게 달궈진 22일 밤. 해가 기울어지기 시작한 오후 6시 반 야구장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특히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체감 온도는 상상 그 이상이다. 삼성을 제외한 9개 팀들은 가급적 7~8월 대구 원정을 피하고 싶어 한다.
삼성은 한화를 맞아 5회까지 0-4로 뒤져 있었다. 40도에 육박하는 기온, 이미 기울어진 듯 보이는 경기 흐름. 후반으로 갈수록 900그램 남짓의 방망이조차 들기 버겁다. 빨리 끝났으면, 앞선 한화나 뒤진 삼성 선수들의 한결 같은 속마음 아니었을까.
구자욱(25.삼성)이 더위에 지친 홈 관중들에게 시원한 홈런 한 방을 선물했다. 한화 구원 투수 안영명을 뒤흔든 좌중월 2점 홈런. 삼성 덕아웃에 아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번엔 2-4로 뒤진 8회 말 역시 구자욱 타선.
한화 정우람이 마운드에 올랐다. 한 박자 빠른 마무리 기용에서 한용덕 감독의 의지가 읽혀졌다. 그러나 결과는 한 감독의 바람과는 정반대였다. 구자욱은 우익수를 넘기는 2루타를 때렸다. 이어진 이원석의 희생플라이로 4-4 동점. 9회엔 박한이의 끝내기 안타가 터져 대구의 무더위를 씻어냈다.
구자욱은 후반기 들어 20타수 7안타, 3할5푼의 맹타를 과시하고 있다. 5경기서 세 차례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홈런도 2방. 3월 1할대(0.194), 4월 2할대(0.250)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무더워질수록 구자욱의 방망이는 강해지고 있다.
오재원(33.두산)의 타격 추세도 주목된다. 후반기 6경기서 4할대(0.440)다. 잠실 라이벌 LG와의 주말 3연전서는 8안타와 홈런 3개를 몰아쳤다. 덕분에 팀은 LG전 10연승. 2, 3위 SK와 한화를 추격 중인 LG에겐 충격적 3연패다.
LG는 21일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일찌감치 두산 선발 장원준을 공략해 8-1의 리드를 잡았다. 두산은 6회 김재환, 오재원의 연속 타자 홈런으로 8-3까지 추격했다. 그래도 후반 5점차는 두텁게 느껴졌다. 7회 두산이 무려 8점을 뽑아냈다. 무사 만루에서 터진 오재원의 적시타가 신호탄이었다. 결국 17-10의 대역전승.
오재원은 전날 LG전서 잠깐 사이 천당과 지옥을 경험했다. 4-4 동점이던 연장 12회 초 무사 1, 2루서 번트에 실패했다. 3루수의 머리 위로 날아가는 평범한 플라이. 경기의 흐름을 망칠 뻔했으나 LG 3루수 가르시아가 이를 놓쳤다. 이후 터진 전화위복의 중전 적시타. 오재원은 22일 경기서도 3-1로 앞선 9회 굳히기 솔로 홈런을 날렸다.
무대를 부산 사직구장으로 옮겨본다. 후반기 들어 잠잠하던 손아섭(30.롯데)의 방망이가 22일 불을 뿜었다. 롯데는 박세웅, 송승준 등 부상에서 회복한 팀의 기둥 투수들을 내세우고도 SK에 연패를 당한 상태였다. 롯데는 1회부터 터진 손아섭의 맹타에 힘입어 12-4로 대승했다.
손아섭은 0-1로 뒤진 1회 역전 투런포에 이어 6-4로 추격당한 5회엔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손아섭은 올 시즌 롯데의 모든 경기(92경기)에 출전했다. 안타수는 128개. 최다 안타 선두 김현수(LG)와의 차이는 4개. LG가 96경기를 치렀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역전 가능하다. 도무지 더위를 모르는 좌타자 3인방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