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마주한 여기, 평화로운 바람이 분다

      2018.09.06 16:25   수정 : 2018.09.06 16:25기사원문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한과 북한 사이에 평화의 바람이 분다. 평화의 물꼬를 튼 것은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 단일팀. 그 뒤를 이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온 국민을 눈물짓게 만든 이산가족 상봉까지, 한반도에 바야흐로 평화의 물결이 흐른다.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그 동안 '안보'라는 이미지에서 '평화'와 '관광'의 상징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한국관광공사가 '한반도 평화관광지'를 주제로 9월에 가볼만한 곳을 추천했다.

하나. 철원노동당사

2018년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평화'다.
11년 만에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이 그 시작. 남북 정상이 손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은 온 국민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물했다. 그 역사적인 자리에 노래 한 곡이 있었다.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표한 '발해를 꿈꾸며'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가 촬영된 곳이 강원도 철원의 노동당사다.

노동당사가 평화 여행지로 다시 태어난 것은 역설적이게도 건물에 서린 깊은 아픔 때문이다. 해방 직후 미국과 소련의 군정, 이어진 한국전쟁과 분단까지 아픈 시간을 힘겹게 지나는 동안 수많은 상처가 생겼다. 이 생채기는 회피나 외면이 아니라 직시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 아픈 과거일수록 제대로 보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노동당사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빈 성냥갑처럼 외벽이 간신히 남았지만 그 속에 담긴 역사성을 인정받아 2002년 5월 등록문화재 22호로 지정됐다. 이후 통일기원예술제나 음악회 등 다양한 평화 기원 행사가 이곳에서 열리며 평화 여행지로 거듭났다. 소이산생태숲녹색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철원평야, 임꺽정의 전설이 남아 있는 고석정, 제2땅굴과 철원평화전망대, 월정리역을 두루 살피는 DMZ 견학도 철원 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둘. 파주 임진각평화누리

푸른 하늘과 너른 잔디밭, 다정한 산책로와 그림 같은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길 예쁜 사진 한 장까지. 경기도 파주 임진각평화누리는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평화로운 가을 여행지로 적격이다.

자유로 끄트머리에 위치한 임진각국민관광지는 임진각을 중심으로 자유의다리,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등 한국전쟁의 상흔을 증언하는 장소가 여럿이다. 그곳에 2005년 임진각평화누리가 들어서면서 여행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9만9000㎡ 잔디 언덕이 이국적인 공원 풍경을 연출하는 까닭에 SNS 인증 사진을 남기기 위한 젊은 연인이나 가족, 친구 단위 방문객이 많은 편이다. 작가 최평곤의 '통일 부르기', 김언경의 '바람의 언덕' 등 설치 작품은 '셀피' 명당으로 소문났다. 배우로도 잘 알려진 이광기의 'Pin project No 1'도 인기다.

경의선 평화열차 DMZ 트레인을 이용하면 기차 여행까지 겸할 수 있다. 임진각국민관광지와 함께 둘러보기 좋은 여행지가 벽초지문화수목원과 마장호수 출렁다리다. 벽초지문화수목원은 가을 국화축제를 만끽하며 정원을 둘러보기 좋고, 마장호수 출렁다리는 스릴을 느끼며 호수의 운치를 감상할 수 있다.



셋. 강화평화전망대

강화도는 한반도에서 북녘을 가장 가깝게 바라보는 평화 여행지인 동시에 수많은 역사 유적을 품은 역사·문화 여행지다. 강화평화전망대와 교동도를 비롯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부근리 지석묘 등 역사적인 장소를 함께 둘러보면 하루 나들이가 풍성해진다. 강화도 최북단에 자리한 강화평화전망대는 한반도에서 북녘을 가장 가깝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물길이 서해와 만나는 강 같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의 산과 들, 마을이 손에 잡힐 듯하다. 맑은 날엔 개성 송악산과 개풍군 들판이 망원경 없이도 선명히 보인다. 북한이 이렇게 가까운 곳인가 새삼스러울 정도다.

2018 남북정상회담 이후 사라진 대남·대북 방송이 다가오는 평화의 시대를 실감하게 한다. 고요히 흐르는 물길이 상처받은 지난 세월을 다독인다. 교동도는 한국전쟁 때 피란한 황해도 주민들이 분단에 막혀 돌아가지 못한 채 터를 잡고 살아온 곳이다.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마을과 황해도 연백시장을 재현한 대룡시장 곳곳에 실향민의 아픔이 절절히 묻어난다. 강화도는 또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보고 배울 것이 많은 역사와 문화의 고장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부근리 지석묘를 비롯해 강화성당, 용흥궁 등 역사적인 명소가 많다.



넷. 양구 두타연

강원도 양구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깊고 푸른 소(沼)다. 한국전쟁 후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지난 2004년 50여년만에 민간에 빗장을 연 생태 관광지다.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 열목어 서식지이자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 산양이 뛰노는 청정 지대다. 양구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사전 출입 신청을 하거나 여행 당일 이목정안내소나 비득안내소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두타연에서 3.6㎞ 더 가면 '금강산 가는 길' 이정표가 나온다. 금강산까지 불과 32㎞, 걸어서 하루면 닿는 거리다. 펀치볼마을과 북녘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을지전망대, 국립DMZ자생식물원, 산양과 눈맞추는 산양증식복원센터, 한국 근대회화의 거장 박수근의 주요 작품을 전시한 박수근미술관까지, 양구는 자연과 생태, 예술을 넘나들 수 있는 여행지다.

다섯. 고성 통일전망대

대한민국 최북단 고성 DMZ로 가는 길은 얼마전 이산가족이 상봉 장소인 금강산으로 가기 위해 오갔던 길이다. 그래서인지 북녘과 마주한 곳으로 가면서도 추석을 맞아 고향에 가는 기분이다. 백두대간을 벗삼고, 푸른 동해를 길동무 삼아 즐거운 마음으로 달릴 수 있다.

고성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은 평화와 희망의 길이다. 과거에는 금강산 관광을 위해 사람들이 오갔고, 이산가족 상봉 장소인 금강산으로 가기 위해 지났다.

통일전망대는 1984년 휴전선의 동쪽 끝이자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쪽 10㎞ 지점에 설치됐다. 이곳에서는 금강산과 해금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도로도 선명하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성모마리아상과 통일미륵불이 통일전망대 옆에 섰다.
공사중인 해돋이통일전망타워가 준공되면 금강산을 한층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다.

통일전망대 오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DMZ박물관은 한국전쟁 발발과 DMZ의 탄생, 주변 생태계를 주제로 한 전시물이 가득하다.
화진포에는 남북 최고 권력자의 별장이 얼굴을 맞대고 있으며, 백두대간 속 건봉사에는 임진왜란 때 나라를 위해 승병을 훈련한 사명대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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