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휴대폰으로 성관계 동영상 재촬영해 전송..성폭력처벌법 위반 아냐"

      2018.09.13 06:00   수정 : 2018.09.13 06:00기사원문
모니터에 나타난 내연남과 합의해 찍은 성관계 동영상을 내연녀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내연남 아내에게 전송한 경우 성폭력처벌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이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것은 제재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에 대해선 규율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25.여)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이씨는 손님으로 만나 내연관계로 지내오던 A씨(42)가 2015년 12월 헤어지자고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면서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A씨와 합의하에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재생한 뒤 일부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A씨의 부인에게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A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시도하거나 만나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 등 A씨에게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발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의 쟁점은 이씨의 동영상 재촬영 행위가 성폭력처벌법 14조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또 같은 법 14조 2항은 ‘촬영 당시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더라도 사후에 의사에 반해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1,2심은 “성폭력처벌법은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경우라도 나중에 그 의사에 반해 촬영물을 유통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며 촬영물이 반드시 타인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에만 한정할 것은 아니라고 보고 벌금 500만원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14조는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 해당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2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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