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카페 다 없애라고요? 순기능도 많은데.." 엄마들의 공간 사라지나
2018.10.27 09:30
수정 : 2018.10.27 09:30기사원문
최근 김포 맘 카페에서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린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맘 카페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 지역별로 구성된 맘 카페는 '육아 정보를 공유하자'는 애초의 취지와 달리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마녀사냥, 그릇된 정보 전달, 신상털기 등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포 맘 카페 사건, 들끓는 비난여론 "보육교사의 억울함 풀어달라"
김포 맘 카페 사건은 지난 11일 오후 어린이집 교사 A씨(37)가 원생을 학대했다는 글이 지역 맘 카페에서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전후 사정이 공개되자 김포 맘 카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로 오해받던 교사가 지역 맘카페의 마녀사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며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보육교사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25일 기준 약 14만명이 해당 청원에 동의한 상태다.
■지속적인 맘 카페 논란.. 순기능 마저 퇴색된 분위기
사실 맘 카페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경기도 광주시의 한 맘 카페 회원은 '태권도 원장이 학원 차량을 난폭하게 운전해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글을 올렸다. 맘 카페에서 논란이 커지자 학원은 폐업 위기까지 몰렸다. 결국 학원 원장은 당시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를 공개했는데 영상엔 글 게시자의 과실로 실랑이가 벌어진 모습이 담겨 있었다. 글쓴이는 원장에게 '학원 운영을 어렵게 만들겠다'고 협박했고, 자필 사과문을 올리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일부 맘 카페 회원들은 수십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음을 무기삼아 지역상인에게 "광고성 글을 올려주겠다", "악성 후기를 올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맘 카페가 수십만명의 회원들을 집결시키게 한 막강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엄마의 불안'이 맘 카페의 영향력을 공고히 다지게 한다고 내다봤다. 핵가족화로 아이를 키우는데 부족함을 느끼는 엄마들이 공통 관심사가 있는 커뮤니티에 모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우리 아이를 내가 잘못키워서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엄마의 불안 심리가 부정적인 정서로 이어져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되는 김포 맘 카페 사건 논란, 비난의 화살은 자연스레 '맘 카페'를 향했다. 개인 신상을 털고 마녀사냥하는 전국의 모든 맘 카페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맘충'(육아를 이유로 타인에게 피해주는 엄마)이란 혐오발언과 함께 맘 카페를 지나치게 폄하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하지만 맘 카페는 정보 공유의 측면에서 순기능 역할을 줄곧 해왔다. 여전히 초보엄마들은 맘 카페를 통해 육아와 교육에 대한 정보를 얻고 고민을 나누며 소통한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장점을 이용해 위급시 아이를 맡아주거나, 양이 많은 음식을 나누는 등의 활동도 한다. 한 지역 커뮤니티 맘 카페 회원 김유경(가명·36)씨는 "사실 첫째 아이를 낳고 육아지식이 없어 힘들어 했는데 맘 카페를 통해 많이 도움 받았다"며 "육아용품 공동구매는 물론 하원 도우미·가정 도우미 추천도 받아 잘 이용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맘 카페의 안 좋은 점만 비춰져 개인적으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미 맘 카페는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은 초기에 학원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불거졌지만 맘카페 중심으로 공분이 퍼지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유치원 비리 사건 역시 맘 카페에서 촉발된 분노로 인터넷 상에 널리 퍼져나갔다.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에 자녀를 둔 엄마들은 목록에 포함된 해당 지역 유치원 정보를 서로 공유하며 사건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나갔다.
전문가들은 마녀사냥, 신상털기, 정보 왜곡 등이 맘 카페 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 벌어지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임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정 교수는 "이번 김포 맘카페 사건은 '집단의 이기심'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맘 카페를 이용하는 엄마들은 '내 아이만 중요하다'는 인식을 버리고 욕심, 경쟁, 비교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남의 아이도 내 아이만큼 소중하다'는 친사회적 성향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님 말고 식' 정보전달의 위험성을 깨닫고, 맘카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해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