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식 도시

      2018.11.25 17:04   수정 : 2018.11.25 21:39기사원문
문득 오래전에 본 영화 '노팅힐'이 생각났다. 얼마 전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의 영국 시승행사를 외신을 통해 보면서다. 평범한 남성 서점 주인이 할리우드 스타와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 때문이 아니었다.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가 걷던, 예쁜 파스텔톤 건물들이 나란한 런던 거리가 잔상으로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수많은 영화의 로케 현장인 런던은 지독한 스모그로도 악명 높다.
대기오염의 심각성에 관한 한 중국 베이징과 난형난제다. 지난해 대기오염도 측정 결과 공기질지수(AQI)가 최고 197까지 치솟았다. '모든 사람들의 건강에 안 좋은 상태'라는 4단계(적색)였다. 그래서 현대차 시승행사에 영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을 법하다. 수소차는 공기를 빨아들여 필터로 미세먼지 등을 거른 후 산소만 남겨 수소연료와 반응시켜 전기를 만든다. 운행 중 물만 배출한다. 전문지 미러가 "세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차 하나가 런던 도로를 정화하러 왔다"고 넥쏘를 평가한 배경이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유독한(toxic)'을 선정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옥스퍼드대에서 출판하는 이 사전은 해마다 영국 사회의 흐름이나 주요 이슈 등을 종합 평가해 쓰임새가 가장 높은 단어를 골라 왔다. 물론 옥스퍼드 측은 올해 선정 과정에서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다'는 톡식의 본뜻을 확장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올해 세계적으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번지면서 '해로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이라는 표현도 집중 조명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대기오염이든, 빗나간 남성성이든 우리도 무풍지대는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서울에 등장한 수소전기버스가 주목된다. 서울시가 새로 도입한, 서울시청과 염곡동을 오가는 405번 버스다. 그간 미세먼지 잡는다고 출퇴근길 지하철 공짜 운행 등으로 헛돈만 쓴다는 비판을 자초했던 서울시였다.
이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은 느낌이다. 1000만 시민이 숨 쉬는 공기의 독성도 줄이고 국산 수소차도 진흥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부디 서울시와 현대차가 손잡고 벌이는, 이번 '달리는 공기청정기' 실험이 성공해 다른 도시들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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