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OC 예산 19조원인데 예타 면제 사업은 20조원 육박.. 수도권 역차별 논란, 지자체 반발 후폭풍도 거셀 듯

      2019.01.29 13:51   수정 : 2019.01.29 14:22기사원문
정부가 29일 발표한 23개 사업 24조10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은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방점이 찍힌다. 국가균형발전을 SOC 사업과 R&D 투자를 통해 꾀한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지역균형을 강조하면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등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사업은 원칙적으로 배제한 이유다. 고용·산업위기지역인 전북 군산에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포함시켰다.
다만 무분별한 재정투입에 따른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지난 1999년 도입된 예타 조사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예산낭비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다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 등 후폭풍도 거세질 전망이다.

■예타 면제 SOC 사업 20조 육박…올 예산보다 많아
예타 면제 대상 중 SOC 관련 사업 예산은 20조6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국회가 확정한 SOC 예산인 19조7000억원보다 많다.

주요 사업으로 전북 지역에 8000억원을 들여 새만금 국제공항이 조성된다. 군산공항을 새만금의 공항부지로 이전·확장하는 방식이다. 경부고속철도 등 수도권과 경·남북 내륙을 연결하는 김천~거제간 고속 간선철도인 남부내륙철도(172km)도 건설된다. 사업비는 4조7000억원 규모다. 이를 통해 서울~거제간 4시30분이 소요되던 것이 2시간40분대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호남선과 강원권을 연결하는 충북선 청주공항~제천간 고속화 철도망인 충북선 철도 고속화(1조5000억원, 88km) 사업과 세종시와 청주를 연결하는 세종~청주 고속도로(8000억원, 20km)가 건설된다. 남양주와 춘천간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제2 경춘국도(9000억원, 33km)와 평택~오성간 복복선화 사업(3조1000억원, 46km)도 추진된다.

■지역 산업 뒷받침…R&D 산업 육성
2020년 완공되는 서해선과 연계해 당진 합덕~송산~석문산업단지를 연결하는 석문산단 인입철도(31km)에 900억원이 투입된다. 대구국가산업단지 근로자의 출·퇴근 및 화물 운송 편의를 위해 서대구역~대구산업단지를 잇는 대구산업선 철도(1조1000억원, 34km)가 건설된다. 울산시 두서면과 강동동을 잇는 울산외곽순환도로(1조원·25km)와 부산시 송정동~김해시 불암동을 잇는 부산신항~김해고속도로(8000억원, 14km)도 신설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대전을 방문해 약속한 대전시 5개구 전역을 순환하는 대전도시철도2호선(트램·37km)과 포항~동해를 잇는 동해선 단선 전철화(4000억원·179km)이 건설된다. 아울러 급경사, 선량 불량 등 국도 위험 구간 개선을 위해 1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관광객 수요 증가에 따른 제주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 사업(4000억원),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2000억원) 건립도 추진된다.

R&D 투자 등을 통한 지역전략 산업육성에도 3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전북 상용차 혁신 성장 미래형 산업생태계 구축(2000억원), 광주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4000억원), 전남 수산식품수출단지(1000억원) 등이다. 시·도별 48개 지역희망 주력산업을 지정, 해당 분야 지역 중소기업에 R&D를 지원하는 지역특화산업육성에 1조900억원이 지원된다.

■예타 면제 후폭풍 우려
예타 면제는 최소한의 타당성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SOC 사업을 통해 지역 경기의 개선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오히려 의정부 경전철 등 처럼 지역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예비타당성조사는 개별 공공사업이 국익에 들어맞는지 검증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안전장치 빗장을 손쉽게 제거한다는 것은 우리의 구조적 결함을 정부 스스로 초래하는 일과 같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녹색교통운동 등도 "국책사업은 수조 원이 투입돼 한번 시작하면 잘못된 사업이라는 것을 알아도 되돌리기 어렵다"며 "금전적, 환경적으로 수십년간 막대한 부담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권영준 경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대규모 토건 사업은 단기적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등 단기적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며 "이미 지방의 도로와 공항은 텅텅비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데 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이들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는 "지역에 사람과 기업이 모이고 활력을 높여 지역 살리기 위한 취지"라며 "사업계획적정성 검토를 보다 꼼꼼히하고, 사후 관리를 철저히해 국민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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