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인지 감수성' 판결에... "이제 여자랑 술도 못 마실 듯"

      2019.02.05 22:47   수정 : 2019.02.05 22:47기사원문
#. 김모씨는 지난해 1월 포장마차에서 우연히 합석한 여성을 인근 3층 건물 옥상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선 무죄가 났다. 두 사람이 손 잡고 나오는 녹화 영상, 범행 도중 여성의 웃음소리가 녹음된 파일이 나왔는데 일반적인 피해 여성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심은 가해자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피해 진술이 일관성 있고 구체적"이라고 했다.
"범행 현장을 침착하게 벗어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고, 갑자기 성폭행을 당해 황당하고 어이없어 웃었다"는 여성의 말을 받아들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이란 단어가 이슈가 되고 있다. 용어의 핵심 의미는 '피해 여성의 특수한 사정을 최대한 살피라'는 것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4월 한 대학교수의 여제자 성희롱 사건을 선고하면서 이 말을 썼다.

1심에서는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김지은씨의 모습이 일반적인 피해자의 행동이라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성범죄 발생 후 피해 여성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행동이 나올 수 있는데 이런 피해자의 '특수 사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며 1심의 해석을 '편협한 관점'이라고 일축했다.

법원은 그동안 피해 여성이 사건 발생 후 '상식적 행동'을 하지 않은 경우 안 전 지사의 1심처럼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대법원이 지난해 '성인지 감수성'을 제시한 시점을 전후해 이런 판결이 뒤집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한 판결이 잇따르면서 남성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앞선 사례를 본 한 남성 네티즌은 "(관계 후에)웃고 손잡고 그래도 성폭행이냐. 웃음도 안 나온다"고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제 펜스룰 강화돼서 남자들 사이에서 여자를 배척하고 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 남성은 "여자는 진술만으로 증거가 되고 남자는 성폭력이 아님을 입증할 만한 물적 정황적 증거가 있더라도 학습된 무기력이나 성인지 감수성 등으로 무력화된다. 소가 일단 제기되면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성인지 감수성'은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많다"며 "자칫 객관적인 상황보다 피해자의 진술에 지나치게 비중을 둘 수 있고, 용어의 의미가 모호해 재판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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