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가족 호칭'… 설연휴'도련님'대신'OO씨'로 불렀더니
2019.02.06 17:25
수정 : 2019.02.06 17:25기사원문
설 연휴로 가족들이 모이면서 최근 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족 호칭 개선이 '밥상 화제'에 올랐다. 가장 논의가 활발한 호칭은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형제나 여동생을 부르는 '도련님·아가씨'다. 손윗사람임에도 높임말을 써야 하기 때문에, 남성 중심적인 가족 질서를 가장 명확히 드러내는 단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6일 현재 명절을 맞은 상당수 가족들이 호칭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전했다. 호칭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개선 움직임을 환영하는 의견도 나왔지만,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론도 나왔다.
■"불합리해"vs"가정평화 깨져"
오랜 시간 남편의 동생을 알고 지내온 서모씨(37)는 '도련님' 대신 이름 뒤에 오빠라는 단어를 붙여 부른다. 서씨는 "어르신들이 결혼 후 호칭을 바꾸라고 말한 적이 있으나, 따르지는 않았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하면서 "(자신이) 아랫사람도 아닌데 도련님이라는 호칭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예비 신부인 임모씨(29)도 "젊은 사람들은 문제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었으나, 대안이 없어 불쾌하기도 했다"며 "이렇게라도 사회적 쟁점이 돼 반갑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칭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만큼,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기도 했다. 60대 김모씨는 "매번 들어오던 호칭이라 깊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며 "며느리가 바꿔 부른다면 그렇게 하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모씨(31)는 "형수가 나에게 도련님이라고 불리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같은 세대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왔다. 평소에도 '도련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한 여성은 "우선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논의로) 넘어가는 상황이 돼야 할 것 같다"며 "각 가정이나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정부가 일률적으로 의견을 낸다면 가정의 평화가 깨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상반기 호칭 개선 권고안 발표
남성 중심적인 호칭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정부도 이에 대한 개선 권고안을 준비 중이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2017년 펴낸 '사회적 소통을 위한 언어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5.8%가 '도련님, 아가씨' 호칭의 개선 필요성에 동의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가 진행 중인 '가족 호칭에 대한 국민생각 조사'에서 제안된 개선 표현 중에는 이름과 함께 '씨'를 붙여 부르자는 의견이 약 53%로 과반을 차지했다.
남편의 동생에 대해 '부남·부제'라는 호칭을 새로 만들자는 의견도 약 18%를 차지해 호응을 얻었다.
이 설문 조사는 '도련님·아가씨' 뿐 아니라 '시댁·처가', '장인어른·아버님', '할머니·외할머니' 등의 호칭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 중이다.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는 해당 설문에는 이미 3만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해 높은 호응을 보이고 있다.
여가부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민간 전문가와 함께 공청회를 진행한 뒤 상반기 중 개선 권고안을 낼 계획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설문조사대로 개선안을 만들기보다는, 호칭 개선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고 있는 차원"이라며 "설문 조사 결과는 공청회 등에 자료로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