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美·中·日, 주도권 경쟁 '점화'
2019.02.27 10:21
수정 : 2019.02.27 10:45기사원문
각국 정부도 측면지원에 나서는 모양새다.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한국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는 변방으로 밀릴 처지다. 직·간접적으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주요국들과 달리, 우리 정부는 암호화폐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유지하며 스테이블코인 역시 ‘예비 범죄’수준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대표적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조차 국내에서는 투자자 모집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대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테라’, 한국인은 투자도 못해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로 전세계 주목을 받고 있는 ‘테라’ 프로젝트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테라와 연동된 담보 토큰인 ‘루나’ 판매를 시작했지만, 한국인들은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테라 측은 “한국 시장 및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의 오픈토큰 세일 참여 여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부득이하게 참여 불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내국인의 암호화폐공개(ICO) 참여가 외국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법률검토 결과 때문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정부가 ICO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하면 정부가 ICO를 공인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며 정책공백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결국 치열한 주도권 경쟁 속에서 한국기업들은 정책불확실성으로 인해 불안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美 정부 승인받은 스테이블코인 나와, G20 의장국 日도 암호화폐 결제 주도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은 체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를 측면지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윙클보스 형제의 스테이블코인 ‘제미니 달러’와 팍소스트러스트의 스테이블코인 ‘팍소스 스탠다드’가 뉴욕주의 승인을 받고 유통되고 있다. 스테일블코인을 인정하는 정부의 움직임은 최근 JP모건이 스테이블코인 ‘JPM코인’을 발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도 암호화폐 관련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암호화폐 거래소 영업에 대한 규정을 거래소협회 자율규제를 통해 운용하기로 한데 이어 올해 G20 의장국으로, 글로벌 암호화폐 가이드라인 마련을 주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암호화폐 결제를 활성화해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선진국 가운데 유독 현금결제 비중이 높은 일본에서 암호화폐를 통해 현금결제 비중을 줄여나간다는게 일본 정부의 정책방향이다.
이같은 정책방향에 맞춰 일본에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내 2위 은행인 미즈호은행은 3월 자체 모바일결제 서비스 '제이코인페이'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인데 결제·송금에 활용할 수 있는 자체 스테이블코인 '제이코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이코인페이 사용자들은 일본 엔화에 고정된 제이코인을 활용해 수수료 없이 결제 및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블록체인 개발 업체 크립토가라지의 ‘세틀넷’ 시스템이 일본 정부로부터 시범 운용 허가를 받았다. ‘세틀넷’은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중국에서도 유망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 중국 항저우시의 지원을 받은 숑안펀드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이 스테이블코인은 일본 위안화와 중국 위안화를 이어주는 스테이블코인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자금투자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 높은 국내 프로젝트, 정부가 발목 잡아서야…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암호화폐 선진국들이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이 주목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인 ‘테라’의 경우 바이낸스 랩, 오케이이엑스, 후오비 캐피탈 등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의 투자 자회사들과 케네틱 캐피탈, 애링턴 XRP 캐피탈, 트랜스링크 캐피탈 등 글로벌 블록체인 투자사들로부터 3200만 달러(약 360억원)나 투자받은 글로벌 유망 프로젝트다. ‘테라’는 이르면 3월 중 쇼핑몰 ‘티몬’을 시작으로 블록체인 결제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중국 등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을 선도적으로 마련하면서 달려나가는데 우리만 손놓고 앉아서는 암호화폐 결제 분야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 정부도 암호화폐와 관련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해서 최소한 사업자의 발목만은 잡지 말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