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지출과 눈먼돈
2019.03.19 16:25
수정 : 2019.03.19 16:25기사원문
글로벌 시장에서 '재량지출관리'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선진국에선 이미 널리 쓰이는 개념이다. 재량지출이란 임직원이 공급업체 선정, 거래금액 및 지급 방식을 재량으로 결정하는 지출을 말한다.
그런데도 국내 대부분의 회사들은 재량지출 영역을 단순히 직원 경비, 법인카드 경비 등으로 한정한다. 효과적 관리를 위한 것보다는 직원이 쓴 돈을 회계에 빠르게 반영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보니 재량지출 관련 데이터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재량껏 쓰는 돈이 얼마인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형은 무엇인지, 재량지출이 대규모 발생하는 거래처는 어디인지 제때 파악할 수 없다. 명확한 규정이나 통제 절차도 없어 회사 평판관리에도 취약하다. 부정지출이 일어난 지 한참 후에야 적발되거나 법인카드 오용 등의 사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재량지출은 직원 개인이 결정하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 각 항목에 대한 상세하고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직원과 효율적으로 소통해 규정을 숙지시켜야 한다. 재량지출은 사후감사가 아니라 입력하는 시점에 규정을 준수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내·외부 경영환경이 변하면 재량지출 규정을 시스템에서 쉽게 갱신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법인을 가진 회사라면 일관된 규정 아래 국가별·지역별 특화된 예외규정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 직원의 재량지출을 쉽게 집계하고 분석함으로써 재량지출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거래처를 특별히 관리하거나, 비재량지출로 전환시키거나, 특정 경비 유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등 재량지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IBM은 100여개국에 걸쳐 재량지출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SAP 컨커 플랫폼을 적용해 직원들은 지출보고를 위한 시간을 줄였다. 재무팀도 실시간에 가깝게 재량지출 데이터를 확보하고 판단할 수 있다. 호텔의 경우에는 숙박료, 룸서비스, 세탁비 등 항목별로 구분된 세세한 정보를 재량지출 관리로 활용할 수 있다. 전 세계 주요 항공사, 호텔과 우버, 에어비앤비, 스타벅스 등 대기업들도 직원의 재량지출 내역을 SAP 컨커로 자동전송한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기관인 포레스터 컨설팅은 SAP 컨커를 도입한 회사들의 평균 투자대비 효과가 무려 482%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 중 재량지출관리 솔루션을 도입한 곳은 5%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이동성은 더욱 높아지고 경영의 민첩성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효과적 시스템으로 재량지출 관리를 선진화해 위기를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때다.
김호남 SAP 컨커 코리아 기술영업 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