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명 중 1명, 단체 채팅방서 불법 촬영물 받거나 유포하는 거 봤다

      2019.04.30 17:34   수정 : 2019.04.30 17:34기사원문


이른바 ‘클럽 버닝썬 사건’에 대한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클럽 내 폭행 사건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불법 촬영물 공유,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성매매 알선, 마약 거래, 조세 회피, 경찰 유착 의혹 등을 아우르는 게이트급 범죄 사건으로 확대됐다.

승리, 정준영 등 연예인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대중의 관심도 뜨겁다.

이 중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가수 정준영이 모바일 메신저의 단체 채팅방에 불법 촬영한 음란물을 유포하고 성폭력을 저지른 정황을 공유한 사건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 등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로 인해 사건의 본질이 규명되기보단 연예인 개인의 비리 들추기에 그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명 ‘정준영 사건’에 대한 언론의 과열된 관심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지기도 했다. 언론 보도만큼이나 일부 네티즌의 불법 촬영물에 대한 인식과 반응 역시 문제다. 불법 촬영, 소위 ‘몰래 카메라’에 대한 공포 또한 여전하다.

이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페이스북메신저 등 모바일 메신저의 단체 채팅방을 통한 불법 촬영물 유포 및 이와 관련된 보도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조사해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우리나라 만 20~59세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로, 최종 응답자는 1000명이다.

우리나라 성인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페이스북메신저 등) 이용자 중 단체 채팅방에서 불법으로 촬영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받거나, 이러한 사진이나 영상이 유포되는 것을 본 적이 있는 비율은 19.4%였다.

전체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의 5명 중 1명 정도(19.4%)인 단체 채팅방에서 불법 촬영물을 받거나 유포를 목격한 이들이 받거나 유포를 목격했을 때 한 행동은 ‘조용히 혼자 봤다’가 64.9%로 가장 많았고, ‘보거나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뒀다’가 51.5%, ‘해당 채팅방을 나갔다’가 43.8%였다.

다음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에 대해 다른 이들과 품평하거나 얘기를 나눴다’(38.7%), ‘상대방에게 항의했다’(23.2%), ‘다른 사람에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송했다’(18.6%), ‘해당 메신저 서비스에서 완전히 탈퇴했다’(14.9%), ‘다운로드 등을 해 소지했다’(11.9%), ‘경찰이나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등에 신고했다’(2.6%), ‘시민단체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2.1%) 순이었다.

본인 혹은 가족, 지인 등이 불법 촬영, 일명 몰카(몰래 카메라)로 인한 피해를 당한 적이 있는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는 4.7%였다. 이 중 가족, 지인 등이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3.9%, 내가 직접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1.5%였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 상대방을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유포한 적이 있는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는 2.8%였다. 이 중 상대방 동의 하에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상대방 동의 없이 메신저 채팅방에서 유포한 적이 있다는 2.2%, 상대방 동의를 구하지 않고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메신저 채팅방에서 유포한 적이 있다는 1.3%였다.

일상생활에서 불법 촬영, 일명 몰카(몰래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는 70.7%였다. 시민 절대 다수가 불법 촬영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여기선 성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불법 촬영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남성은 54.3%인 반면에 여성은 10명 중 9명에 가까운 87.9%나 됐다.

단체 채팅방에서 불법 촬영 사진이나 동영상 또는 음란물을 유포 및 공유하는 행위에 대한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 인식은 다음과 같았다. ‘촬영, 유포나 공유는 물론이고 소지하고 있거나 보는 행위 역시 범죄다’라는 의견에 대해 응답한 비율은 전체 64.9%였는데, 여기에선 여성이 77.3%로 남성(53.1%)보다 높았다.

‘촬영, 유포나 공유는 범죄 행위지만, 보는 것은 죄가 아니다’는 전체 31.6%의 응답을 얻었는데, 여성(21.5%)보다 남성(41.2%)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남성은 여성에 비해 단체 채팅방에서 불법 촬영 사진이나 동영상 또는 음란물을 보는 행위가 성범죄라는 인식을 상대적으로 덜하고 있었다. ‘촬영은 범죄 행위지만, 유포 또는 공유하거나 소지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는 2.6%, ‘별 문제 아니다’는 0.9%였다.

모바일 메신저 단체 채팅방 등에서 불법 촬영 사진이나 동영상 또는 음란물을 유포하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행위’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의 인식은 다음과 같았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가벼운 인식으로 인해 불법 촬영물 시청에 대한 죄의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라는 원인에 대한 응답이 44.3%로 가장 많았으며, ‘처벌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는 31.3%였다.

다음으로 ‘불법 촬영물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사회 현실 때문이다’(7.7%),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성별 간 불균형 현실을 인식해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이 너무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7.5%), ‘불법 촬영물의 유통 및 거래를 내버려두는 메신저 업체나 웹하드 업체 때문이다’(5.8%), ‘타인을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기 때문이다’(3.4%) 순이었다.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는 불법 촬영, 일명 몰카(몰래 카메라) 범죄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가장 많이 응답한 것은 ‘불법 촬영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은 사람뿐 아니라 유포하고 본 사람 역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로 41.7%였는데, 여기에선 여성(53.9%)이 남성(30.1%)보다 높았다.

다음으로 ‘불법 촬영물의 유통 및 거래를 내버려두는 메신저 업체나 웹하드 업체를 엄격히 규제하고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18.8%),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철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17.8%), ‘불법 촬영물 관련 범죄에 누구나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 알려야 한다’(12.9%), ‘불법 촬영 카메라를 판매하거나 구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6.1%), ‘공공시설물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2.7%) 순이었다.

정준영 등의 불법 촬영물 유포나 승리 등의 버닝썬 관련 보도를 본 적이 있는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가 이들 언론 보도에서 각 내용이 충분히 보도됐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다음과 같다. 충분히 보도됐다고 가장 많이 응답한 내용은 ‘연예인들의 메신저 채팅방을 통한 불법 촬영물 유포’(72.8%)였다.

다음으로 ‘버닝썬에서 일어난 마약범죄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44.3%), ‘성매매 알선 등의 섹스 스캔들’(40.2%), ‘버닝썬에서의 집단 폭행 사건’(29.0%), ‘버닝썬의 탈세 및 범법 행위’(22.8%), ‘경찰과 버닝썬 사이의 유착’(22.2%) 순이었다. 이처럼 시민들은 자극적인 선정적 내용은 많이 보도된 것으로 여기는 반면,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구조적인 내용에 대한 보도가 부족하다고 봤다.



정준영 등의 불법 촬영물 유포나 승리 등의 버닝썬 관련 보도를 본 적이 있는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는 이와 같은 연예인 관련 사건·사고 보도의 개선을 위한 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인식했다. ‘근거 없는 루머가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사실을 확인한 후 보도한다’에 대해 93.4%, ‘사안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클릭 유도를 위한 뉴스 어뷰징(선정적 기사 또는 낚시성 기사의 작성)을 중단한다’는 93.3%, ‘이슈를 또 다른 이슈로 덮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뉴스 가치에 맞는 보도량을 고민한다’는 90.1%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 보도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를 벗어난 경우에는 사생활 침해에 해당되므로, 단순히 독자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보도를 자제한다’에 대해선 87.0%, ‘독자 역시 사안의 본질과 관련 없는 연예인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에 대한 관심은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85.0%, ‘범행 수법을 자세히 묘사하거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82.0%, ‘피해자를 추측할 수 있는 모든 사진과 동영상의 유포는 2차 가해에 해당하므로 언론 보도에서 금지해야 한다’는 81.3%가 동의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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