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불빛 지수
2019.05.14 16:42
수정 : 2019.05.14 16:42기사원문
2000년대 초반 2차 북핵 위기 때다. 당시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이 사진을 집무실 책상 유리판에 끼워놓고 일했다. 그리고 이를 방문하는 한국 측 인사들에게 한·미 동맹의 가치를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했다. "독재의 어둠이 짙은" 한반도 북쪽과 달리 남쪽의 환한 모습은 놀라운 경제적 번영을 상징한다고 설명하면서다.
럼즈펠드의 언급을 떠나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라에서 밤에 불빛이 환한 건 당연지사다. 이 이치를 활용해 최근 구미 학계에선 인공위성에 포착된 불빛으로 국가 경제규모를 측정하고 있다. 이른바 '야간 불빛 지수(Nighttime Light.NTL)'로 경제정보 수집이 어려운 지역의 경제활동을 가늠하려는 시도다. 영국 더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의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민간 조사업체인 월드데이터랩은 위성사진 불빛으로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1400달러(약 165만원)로 추정했다. '월드데이터랩'은 북한의 2015년 야간 불빛은 2013년에 비해 4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수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북한이 이 기간의 가뭄으로 전력 생산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이코노미스트는 "북한 경제는 세계 10대 빈곤국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북한의 전력난은 더 심화됐을지도 모르겠다. 그사이 핵·미사일 도발로 유엔 제재를 받으면서 석유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다. 이로 인해 산업 생산도 줄어들었으니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것 아니겠나. 더욱이 최근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기구들은 북한의 식량난을 보고하고 있다. 북한의 밤하늘이 어두워지는 만큼 주민들의 삶도 피폐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김정은 정권이 국제 고립을 부르는 핵 개발에 집착하지 말고 민수용 산업단지에 불을 밝혀야 할 이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