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결국 ‘노딜’로 가나
2019.05.29 18:02
수정 : 2019.05.29 18:02기사원문
지난 24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마무리를 고심하고 있는 영국 여야가 보다 극단적인 방향으로 뻗어가면서 오는 10월 말로 예정된 브렉시트 일정이 보다 불투명해지고 있다. 메이 총리를 몰아낸 집권 여당의 강경파들은 합의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야당측은 브렉시트 여부를 다시 국민투표에 부칠 계획이다.
■여당 뒤덮은 '노딜 브렉시트'
영국 보수당에서는 28일 제임스 클레버리 브렉시트 차관이 차기 당 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현재까지 11명의 후보가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11명 가운데 주요 후보 대부분은 브렉시트를 강력히 옹호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브렉시트를 추진하면서도 EU에서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길 원했던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반대하며 메이 정부가 EU에 항복했다고 비난했다. 새 총리 후보들은 보수당이 이달 유럽의회에서 브렉시트를 지상과제로 삼은 '브렉시트당'에 참패하자 더욱 강경한 노선을 주장하며 노딜 마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후보들 가운데 인기 순위 1위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24일 발표에서 "우리는 협상을 하든 안 하든 (예정대로) 10월 31일 EU를 떠날 것"이라며 "좋은 협상을 위한 길은 협상 파행을 준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지지율 2위인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 장관은 25일 인터뷰에서 EU와 만족스러운 협상이 어렵다면 10월에 "세계무역기구(WTO)의 조건에 맞춰 EU를 떠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유력 후보들인 에스더 맥베이 전 고용연금장관과 앤드리아 리드섬 전 하원 원내대표도 노딜 브렉시트 발생 가능성을 인정했다.
물론 이같은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올해 초 하원에서 노딜 브렉시트 방지 법안을 통과시켰던 존 버코우 하원의장은 28일 연설에서 정부가 의회 허락없이 단독으로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같은날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은 보수당이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면 의회 불신임과 조기 총선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같은 행위가 정치적 자살이라고 강조했다.
■사라지는 협상 희망
야당인 노동당은 더 이상 보수당 정부를 믿을 수 없으니 국민들에게 2016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브렉시트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27일 인터뷰에서 "보수당은 산산조각이 났고 정부를 운영할 수 없으며 의회는 꽉 막혀 있다.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총선이든 2차 국민투표든 국민들의 의견을 다시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예비내각의 내무장관인 다이앤 에보트 하원의원은 28일 BBC를 통해 "우리는 어떤 합의안에 대해서라도 국민의 투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동당 내부에서는 2차 국민투표가 정치적 신뢰를 깨뜨릴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하며 코빈 대표 또한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에 크게 밀려 당권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브렉시트 강경파 언론들은 2차 국민투표로 강경파가 결집할 것이라며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