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방사선과학기술의 표준, 전북 정읍의 '첨단방사선연구소'를 가다
2019.06.17 08:59
수정 : 2019.06.17 08:59기사원문
#. 우리나라에도 영국 런던의 그리니치 천문대와 같이 세계적인 척도로서 역할을 자랑할 수 있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세계 일류 방사선과학기술의 표준으로 거듭나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가 바로 그 주인공.
올해로 문을 연지 14년째를 맞는 ‘경도 126.8°’의 전라북도 정읍시에 위치한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점차 그 위용을 드러내며 체계적인 방사선연구 메카로 새로 거듭나고 있었다.
시설도 계속 완공되고 있고, 우수한 방사선연구인력도 몰려 들고 있다.
방사선 융·복합 연구성과 창출 및 관련산업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 방사선연구소는 ▲방사선 신소재 기술 개발 ▲방사선 육종 신품종 개발 ▲지르코늄 등 차세대 의료·의약품 양산 및 공급 등의 연구 성과를 거두며 국내 방사선 융·복합기술 시장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출범 초인 2004년부터 연구소기업을 설립·육성하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1호 연구소기업 ‘콜마 BNH’(2004년) ▲서울프로폴리스(2009년), 아큐스캔(2016년) 등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방사선기술 산업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연구성과 원동력은 세계일류 수준의 대규모 연구시설
첨단방사선연구소의 우수한 연구성과 창출 원동력은 세계 일류 수준의 대규모 연구시설에 있었다. 현재까지 구축된 6개의 대형 R&D시설은 학계가 주목하는 방사선 기초·응용 연구부터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소재 및 장치 개발, 미래 사회가 주목하는 환경 및 우주에 이르기까지 방사선기술에 관한 모든 분야의 연구개발을 가능케 한다.
이중 지난해 10월 준공된 ‘대단위 다목적 전자선실증연구동’은 큰 성과를 낳을 수 있는 방사선 융·복합 기술의 요람으로 평가 받는다.
전자선실증연구동은 첨단 소재 개발을 위해 대형 전자선 실증연구 시설이 필요하다는 방사선 연구계 및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해 약 4년간 190억원의 예산으로 태어났다. 10MeV(메브)와 2.5MeV전자선 가속기, 자동화 설비를 활용해 경량·대형 복합소재, 의료·생명공학 산업 소재, 항공우주·해양·국방 소재 등 다양한 첨단 신소재 개발 분야의 실증을 지원한다.
■ 방사선 소재산업 산학연 연계
연구 및 실증 역할과 더불어 연구소는 방사선 소재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해 해당시설을 매개로 한 산·학·연 연계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6월 현재 전자선실증연구동은 방사선·열경화 기술을 적용한 ▲선박 부품 및 자동차 내장재 등 ‘첨단소재’ ▲태양전지소재 등 ‘친환경 에너지’ ▲조직재생유도제, 의료기기 전극용 패치 등 ‘라이프·헬스케어’ 등등의 3대 활용 분야에서 ㈜효성, KIST 등 14개의 산업체 및 출연연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중소조선연구원 등 5개 중소기업과 MOA 체결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기술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단위 다목적 전자선실증연구동이 방사선 과학기술의 미래를 연구한다면, 2014년에 준공된 '방사선기기팹(FAB; FABRICATION)센터'는 방사선 센서 개발과 방사선기기 부품 제작 및 성능 검증 등 현재 산업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방사선 기술을 연구한다.
특히, 방사선 센서의 경우 높은 투과성능을 바탕으로 항만 컨테이너 검사 및 공항 수하물 검사기기 등 비파괴 테스트가 필요한 산업 기기에 적용 중이다.
기기팹 센터의 연구 인프라는 방사선 기술자립의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방사선기기연구부 김한수 박사팀은 해당 시설의 센서 제작공정·소재 성능평가 인프라를 통해 ‘복합방사선 보안검색기용 영상모듈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영상모듈 국산화에 성공
기술 국산화의 핵심은 영상모듈 핵심부품인 ‘반도체 광센서’와 ‘신호처리회로’의 자체 설계 및 제작 성공이다. 우리나라는 항만과 공항, 기업에서 사용 중인 보안검색기 및 비파괴검사장비의 90%를 수입하고 있다.
김 박사팀이 자체 제작에 성공한 영상모듈은 32개의 복합방사선(이중에너지 X-선 및 14Mev 중성자)을 이용한 광센서와 32개 채널을 동시에 신호처리 할 수 있는 회로 설계를 적용한 것이다. 특히, 복합방사선 기술을 적용한 광센서의 경우, 기존 수입품에 적용 중인 반도체 광센서 대비 120% 향상된 광효율 구현함으로써 내부 투과성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영상모듈 국산화 성공에 대해 김한수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는 단지 기기팹 센터와 첨단방사선연구소의 R&D 성과를 넘어 원자력연구원이 추진 중인 국산 컨테이너검색기 개발 성공과 향후 국내에서 유통될 보안검색기 및 비파괴장비검사의 국산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명환 연구소장은 “첨단방사선연구소는 그간 많은 선배님들의 도전과 헌신을 통해 명실 공히 방사선 과학기술의 요람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며, “전자선실증연구동과 기기팹 센터 외에도 방사선조사시설과 사이클로트론, RI-Biomics 연구동, 방사선육종연구동에 이르기까지 방사선에 담긴 놀라운 비밀들을 풀어낸 첨단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선진국과 함께 세계 방사선과학기술의 한 축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