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최대 수혜국은 베트남?

      2019.06.24 14:02   수정 : 2019.06.24 14:02기사원문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틈바구니에서 베트남이 가장 큰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급증세다. 공교롭게도 베트남 수출품목 대부분이 대미 수출 관세를 적용받는 중국 수출품과 겹쳐있다.

덕분에 무역전쟁 이전부터 진행돼왔던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가속화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첫 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면서 미국과 아무런 무역협정이 없는 베트남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돌발변수와 향배를 알 수 없는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또한 함께 갖고 있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들어 4월까지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전년동기비 40% 가까이 급증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대미 주요 수출 40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출증가율이다.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중국의 대미 수출은 2009년 이후 2번째로 가장 큰 폭인 13% 감소세를 기록했다.

섬유, 해산물, 가방, 신발부터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올들어 4월까지 베트남과 중국의 대미 수출은 명암이 뚜렷하다.

휴대폰의 경우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전년동기비 2배 이상 증가한 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27% 줄었다. 컴퓨터는 베트남이 79% 늘었지만 중국은 13% 쪼그라들었다. 중국의 대미 해산물 수출은 줄었지만 베트남은 40% 넘게 뛰었다.

베트남의 수출이 급증한 것은 베트남 수출품목 대부분이 트럼프 관세를 적용받는 중국 제품들과 겹친 덕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와다 야스유키는 "베트남은 (미중 무역전쟁의) 국외자"라면서 "우연히도 베트남은 관세를 적용받게 되는 중국 제품들과 같은 품목들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ADB는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면 베트남이 얻게 될 반사이익이 앞으로 3년간 국내총생산(GDP)의 2%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역전쟁은 이미 오랫동안 이어지던 베트남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재촉하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치솟는 임금, 노동공급 부족, 환경규제 강화로 중국을 비롯해 각국에서 공장을 이전하는 주요 지역인 베트남이 무역전쟁으로 몸값이 더 높아진 것이다. 베트남의 FDI는 지난해 180억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GDP 대비로는 전년비 20%포인트 가까이 급증한 58%에 이른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최고다.

그렇지만 반사이익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게 베트남의 속내다. 우선 치솟는 대미 무역흑자로 트럼프의 심기를 거스르고 있다는 점이 불안하다. 올들어 4월까지 대미 무역흑자는 43% 급증했다. 중국, 멕시코, 일본, 독일에 이어 5번째다. 언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지도 알 수 없다. 올해는 가까스로 지정을 피할 수 있었지만 트럼프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면 심각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된다. 중국산을 베트남산으로 포장해 수출하는 불법이 늘고 있는 것도 골치다.

베트남 일부 수출업체들은 중국 제품을 들여와 '베트남산'이라고 딱지를 붙여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달초 베트남 세관당국이 엄격한 단속을 외치고 나섰지만 불안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제조업체들의 경우 장기투자가 불안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베트남 역시 지금은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언제 끝날지, 끝나면 어떤 결론을 낼지 알 수 없고, 이에 대비한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심각한 불확실성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28~29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회담에서 어떤 결론을 낼 지 베트남도 숨죽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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