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안은미 "전시장을 클럽으로, 서울시립미술관에 감사"
2019.06.26 17:58
수정 : 2019.06.26 17:58기사원문
“공연 리허설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일 미술관을 찾으면 우리의 신작이 어떻게 준비되는지 알 수 있을 거다. 전시 기간 중 무용수들과 함께 매일 오전 11시에 출근해야 하는데, 보통 일이 아닐 것 같다.
민머리에 금빛 왕관을 쓰고, 노란 형광색 하트 귀걸이를 한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안은미. 그녀는 유쾌했다. 솔직하고 재치 넘치는 그녀의 청산유수에 웃음이 터졌다.
서울시립미술관이 6월 26일~9월 29일 서소문본관 1층에서 ‘안은미래 Known Future’을 개최한다.
안은미의 지난 30년에 걸친 창작활동을 토대로 그녀와 협업한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가 작업한 회화, 설치,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무대와 아카이브 자료 등이 전시된다.
서소문본관 1층 로비 벽면에 전시된 영상 설치물은 안은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눈길을 끈다. 전시장 입구는 어둡다. 천장에 무언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공연 당시 입었던 화려한 색깔의 의상 수십벌이다.
시야가 밝아지면 벽면 가득 안은미의 활동 이력을 비선형적 방식으로 구성한 연대표 회화가 펼쳐진다. 개성 넘치는 안은미답게, 라오미 작가의 그림도 개성 넘친다. 바닥에는 안은미 사진이 들어있는 투명한 비치볼이 굴러다닌다. 안은미는 “저를 차면 된다”며 웃는다.
두 번째 공간은 안은미의 작업이 집대성 돼 있다. 거대한 기둥 모양의 설치물은 과거 공연에 사용한 오브제를 활용한 것이다. 우물처럼 자리잡은 그 안을 들여다보면 비디오에서 과거 공연 장면이 흘러나온다. 한쪽 벽면에도 작업물 영상이 흘러나온다. 기저귀를 찬 영유아가 춤추는 장면, 포크레인 위에서 춤추는 무용수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시의 핵심은 전시실 중앙에 설치된 무대다. ‘이승’저승‘에서 벌어지는 퍼포먼스와 강연 프로그램 ’안은미야‘가 이곳에서 펼쳐진다. 전시 기간 중 미술관 휴관일인 월요일과 수요일만 빼고 오전에는 댄스 레슨 공간으로, 오후에는 공연 리허설 현장으로 그리고 토요일에는 인문학 강연장으로 탈바꿈한다.
신작 리허설이 이곳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안은미의 말처럼 만약 관람객이 자주 이곳을 들르면 안은미의 신작이 어떻게 준비되는지 알수 있다.
마지막 공간은 아카이브룸이다. 전시장 중앙에 대형 쿠션이 기다랗게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눕거나 앉아서 벽면에 전시해둔 과거 공연의 사운드, 의상, 디자인 자료를 감상할 수 있다.
안은미는 26일 ‘안은미래’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0년을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하다가 전시를 선택했다”며 “몸을 전시한다. 몸을 전시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관람하는 사람은 이상한 경험을 한다. 그들은 우리를 보고 우리도 그들을 본다”고 이번 전시의 특징을 설명했다.
그는 또 “춤은 생명수다. 아이는 마구 몸을 흔든다. 어른도 춤을 춰 오장육부를 움직여야 한다. 딱딱해진 몸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시립미술관은 안은미 클럽이 될 것이다. 미친 사람이 되어도 되는, 공간을 허락해준 시립미술관에게 감사하다”고 부연했다.
전소록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미술관이 점차 작품 전시 위주에서 관객 중심의 전시로 바뀌고 있다”며 “안은미 작가는 관객 중심의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라고 이번 전시의 의의를 설명했다.
“미술관을 찾은 모든 이들의 몸짓이 작품이 되는, 포스트-화이트큐브 시대의 뮤지엄에 부합하는 전시”라며 “안은미의 오랜 협업자들과 동시대 예술가들 그리고 관객들이 함께 참여하여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와 그 향방을 논하는 공론의 잔치판이 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