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나선 강남署, 환골탈태 할까
2019.07.29 17:52
수정 : 2019.07.29 17:52기사원문
올해 초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줄 알았다가 그야말로 경찰 전 조직을 삼켜버렸던 '버닝썬 사태'의 시작점으로 지목돼 대대적인 쇄신에 나선 강남경찰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경찰은 강남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첫 단추로 최근 전체 직원 852명 가운데 17.8%인 152명을 전출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지난 4일 '경찰 유착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내면서 강남서를 1호 특별 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해 5년까지 경찰서 내 인력을 50% 수준까지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청은 이와 함께 강남서에 대해 경찰과 외부전문가가 함께하는 컨설팅팀을 만들어 진단과 조치를 위한 컨설팅을 할 계획이다. 인력 규모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개혁의 상징 경찰서가 될 수 있도록 단순 인사뿐 아니라 인사·조직 등 전반적인 컨설팅을 할 방침이다.
여기에 강남서 내부적으로도 최근 비위근절을 위한 자정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이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아직까지 곱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무엇보다 당장 쇄신을 외치고 있지만 언제 또다시 비리의 온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신이 크다. 지난 수십년간 강남서가 남겨온 흑역사가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버닝썬 사태 이전에도 강남서는 과거 수차례 대규모 유착 비리로 어려움을 겪었다.
당장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9년 안마시술소 업주에게 단속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매달 수십만원씩 받은 강남서 논현지구대 소속 경찰관 5명이 파면과 해임의 중징계를 받았다. 3개월 뒤인 그해 7월엔 유흥업소 업주들로부터 정기적으로 돈을 받은 강남서 역삼지구대 경찰관들이 적발돼 15명은 파면, 2명은 해임되기도 했다. 2011년에는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에게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전·현직 경찰관 18명이 줄줄이 구속됐다.
여기에는 대규모 클럽이 다수 밀집해 있는 강남 지역 특성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굵직한 사건도 많아 그만큼 외부로부터의 유혹이 잦고, 이로 인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늪에 빠질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강남서 인사를 앞두고 시행한 직원 공개모집에는 당초 예상보다 지원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적 관심이 커 까다로운 감사가 예상되는 데다 실적에서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업무 강도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잘해야 본전'이라는 것이다.
경찰은 강남서가 경찰 이미지 쇄신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강남서를 1호 특별 인사관리구역으로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시기마다 강남서를 중심으로 반복되는 고질적 유착 비리를 없애면 궁극적으로는 전체 경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답습하는 것만으로는 수년 뒤 또 다른 버닝썬 사태가 재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인력과 구조상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수는 있다. 하지만 소가 없는 외양간은 더 이상 외양간으로 불릴 수 없다. 강남서가 이번 인적쇄신을 환골탈태를 위한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뼈를 깎는 노력에 나서주기를 기대해본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