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명 공무원은 '명절휴가비'도 절반?...'시간선택 공무원의 씁쓸한 추석'

      2019.09.13 06:29   수정 : 2019.09.14 03: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왔지만 이를 앞두고 다시 한 번 절망감을 느끼게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들입니다.

전일제 공무원보다 절반만 일한다는 이유로 ‘명절휴가비’마저 절반만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은 시간 일한다고 해서 명절휴가도 절반만 쉬는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 명절휴가비도 시간 비례 지급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은 2013년 박근혜정부 당시 처음 도입됐습니다.
육아와 같은 이유로 공직 도전이 어려운 경력단절여성 등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나누자는 취지였습니다. 2018년 말 기준 1539명의 국가직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들이 중앙정부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래 응시자격 요건인 경력·학위·자격증 중 한 분야 이상을 충족할 경우 경력경쟁채용시험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요구하는 경력 기준을 갖추고 공정한 채용 과정을 거쳐서 입직한 정규직 공무원들입니다.


특히 지방직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들은 일반직 공무원과 동일한 공개채용 시험을 치르고 정규직 신입공무원으로 들어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공무원, 즉 전일제 공무원은 주 40시간을 일하게 돼있습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주 20시간을 일합니다. 1명이 할 일(40시간)을 두 명이 나눠서한다는 것이 기본 개념입니다.

하루 오전·오후를 나눠 출근하기도하고 날짜를 달리해 나오기도 합니다. '월·화·수(오전)-수(오후)·목·금' 혹은 '월·수·금(오전)-화·목·금(오후)' 같은 식입니다.

제도 도입 당시 약간의 유연성을 둔다는 차원에서 5시간을 덜 일하거나 더 일할 수 있게 열어두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낮은 임금과 과도한 업무로 인한 초과 근무, 기관 내 2등 신분이라는 낙인 등으로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됐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입니다.시간‘선택’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기관에서 일방적으로 근무시간을 정하는 등의 사례들도 많았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올해 6월에는 주 35시간까지 근무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들을 1명이 아닌 0.5명, 0.875명 등 소수점으로 관리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0.5명 공무원, 업무장비·출장비 등도 절반

앞서 설명 드린 대로 한 사람이 하는 일을 두 사람이 나눈다는 개념을 적용하다보니 단순하게 ‘주 40시간=정원 1명’을 반으로 나눠 ‘주 20시간=정원 0.5명’으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주 15시간은 0.375명, 주 25시간은 0.625명, 주 35시간은 0.875명으로 카운팅합니다.

개인에게 지급되는 업무 장비, 출장비, 직무수당 등이 정원 1명에 맞춘 예산으로 반영되고 있어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들은 본인이 일하는 시간에 해당하는 만큼만 적용을 받고 있는 겁니다.

예컨대 오전·오후조로 나눠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공무원 두 명에게 단 1대의 컴퓨터만 지급돼 메신저 등 개인 사생활 혹은 보안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심지어 출장비를 절반만 지급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정원 1명에게 할당된 출장비만 확보되다보니 0.5명(주 20시간)인 시간선택제 공무원에게는 출장비의 절반만 지급된 것이죠.

정책을 만들면서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던 겁니다.

명절휴가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명절휴가비, 전일제 공무원과 동일하게 지급해야

지난 8월 30일 국회 ‘시간선택제채용공무원 제도 개선을 위해 남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배귀희 숭실대 교수는 “명절휴가비는 복리후생적 보수이며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전일제 공무원의 반만 명절을 쉬는 것이 아님에도 근무시간 비례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영원 국회입법조사처 안전행정 팀장도 “시간비례원칙의 적용여부는 시간에 비례한 근무시간을 중요 기준으로 판단하느냐, 아니면 가족을 포함한 인간으로서의 공무원을 중요 기준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명절휴가비는 시간비례원칙에서 제외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률사무소 일과사람의 최종연 대표변호사도 “명절휴가비는 공무원이 명절일 기준 재직여부를 유일한 지급근거로 규정한 실비변상 급여”라며 “근무량 또는 근무성과, 근무의 책임 등 근무관련성이 있어 근무시간에 비례해 지급해야 한다는 근거가 상위법령에 명확하게 명시돼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명절휴가비, 직급보조비, 특수업무수당 미지급분 청구소송을 제기해 위헌성을 당사자소송으로 다투어 볼 만한 실익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자격증 가산금도 시간에 따라 달라

‘자격증 추가가산금’을 시간비례로 지급하는 것도 황당한 사례로 꼽힙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자격증이 절반인 것도 아닌데 근무시간 비례로 지급하고 있는 겁니다.

이같은 문제로 통합공무원노동조합 시간선택제본부는 명절휴가비를 동일 호봉의 전일제와 동일하게 지급하고 자격증 추가가산금도 전액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해결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과연 다음 명절인 내년 설에는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들이 전일제 공무원들과 동일한 명절휴가비를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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