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내진보강 확보에 총력...5년간 3조원 이상 투입 내진율 10년 앞당긴다

      2019.11.10 16:26   수정 : 2019.11.10 21: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16년 9월12일. 경주에서 기상청 지진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역대 최대인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날이다. 이날 이후 국민들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렬하게 인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잊혀지던 지진에 대한 공포는 1년여 뒤 다시 한 번 한반도를 덮쳤다.

2018년 11월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다시 한 번 일어난 것. 135명이 다쳤고 1800여명이 집을 떠나야했다. 총 피해금액은 850억원에 달했다. 포항 지진이 일어난 후 2년여가 흘렀고 국민들은 다시 지진에 대한 기억을 잊어가고 있다.

반면 정부는 경주 지진을 계기로 종합지진방재대책을 마련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 12월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수립했고 포항 지진이 발생한 후에도 미비점을 개선해 지진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종합대책의 큰 틀은 △공공·민간 시설 내진보강 △교육·훈련 내실화를 통한 대응역량 강화 △이재민 구호·복구대책 개선 등이다.

지진에 버틸 수 있는 시설물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진 발생 시 즉각적으로 반응하도록 대피·대응 방법을 몸에 익히는 것이 지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방방재정책의 두 가지 주요 축이다. 지진은 대규모 지역에서 발생하고 복구가 쉽지 않은 주택피해가 대부분인 탓에 장기 이재민이 대거 발생한다는 점에서 다른 재난과 구별된다. 별도의 구호·복구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공공기관 내진율 62.3% 완료
정부는 공공시설물 내진보강대책을 추진해 2016년 40%대에 불과했던 국가 내진율을 62.3%(2018년12월 기준)까지 끌어올렸다. 내진보강률은 2011년 37.3%에서 경주 지진이 발생한 2016년 43.7%까지 5년 동안 6.4%p 증가에 그친 반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단 기간에 18.6%p를 끌어올린 것이다. 현재 공공시설 18만7560곳 중 11만7165곳의 내진성능 확보를 완료했다. 특히 지난해에만 역대 최대 예산인 8224억원을 투자해 학교시설, 공공건축물 등 6466곳의 내진성능을 신규 확보했다.

내진보강 완료 목표도 향후 5년간 3조3866억 원을 투자해 2045년에서 2035년으로 10년을 단축키로 했다.

민간 시설의 내진보강 활성화를 위해서도 다양한 간접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새로 짓는 민간건축물은 강화된 법에 따라 내진보강 설계를 강제할 수 있지만 기존 민간건축물은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8년 말 기준 민간건축물의 내진율은 12%에 불과한 상황이다. 698만여동 가운데 595만여동이 내진보강 대상인데 이 중 72만여동만 내진성능을 확보한 상태다.

내진보강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민간건축물 내진보강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취득세·재산세 등 지방세를 50~100% 감면하고 건폐율·용적률도 최대 10%까지 완화해주고 있다. 풍수해 보험, 화재보험 지진특약 가입 시 지진위험 담보 요율의 20~30%씩을 할인해주고 법인의 경우 국세도 기업 규모에 따라 1~10% 공제해준다.

'지진 안전 시설물 인증제'도 시행하고 있다. 국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학교·병원·여객 시설 등이 지진에 안전하다고 판정되면 시설물에 인증명판을 부착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건물의 안정성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난 5월 대구은행이 최초로 인증을 받았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구조를 설계한 내진 전문가 김태진 창민우 구조컨설탄트 대표는 "내진 설계는 규모 6.5 지진에 건물이 붕괴되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뼈대를 튼튼하게 만들어 인명피해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며 "내진설계도 중요하지만 규모 5.5~6.0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지는 않더라도 낙하물에 의한 부상을 막거나 수도, 전기 등 건물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비구조요소 내진설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이 문제를 내진보강 정책과 함께 투트랙으로 진행 중이지만 아직 이슈화가 덜 됐다"면서 "정부가 대피시설, 병원 등 주요 시설 위주로 비구조요소 내진설계를 제대로 챙겨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체험형 훈련으로 행동요령 학습
무엇보다 형식적인 것에 그쳤던 교육·훈련도 체험 중심으로 내실화 한 점이 눈에 띈다. 일본 국민들은 초등 교육과정에서부터 지진 교육을 철저히 받아 흔들림이 느껴지면 바로 탁자 아래로 숨는 등 즉각적인 대처에 익숙하다. 반면 우리 국민들은 지진재난에 대한 경험과 교육·훈련의 기회 부족으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현장 중심의 훈련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경주 지진 이후 국민이 참여하는 지진 대피 훈련을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전국 공공·민간 기관이 동참해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진행한다. 올해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일정에 맞춰 지난 10월30일 전국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실시했다. 병원·대형마트 등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업소들도 자율적으로 동참했다.

지진대응 요령에 대한 교육도 연령별 맞춤형으로 마련했다. 연령대 별로 상이한 이해도와 신체 특성에 따른 차이점을 고려한 배려다. 유아·아동·청소년·성인·어르신용으로 차별화했고 장애아동·시각장애인 등 장애인용 교재도 제작·배포했다. 국민안전교육포털에 자료를 통합 게시해 국민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주택 피해지원금 인상 '900만원→1300만원'
지진은 피해영역이 광범위하고 장기 이재민이 대규모로 발생해 다른 재난과 비교해 체계적인 구호·복구 지원이 필요한 특징이 있다. 경주 지진은 110여명, 포항 지진은 18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포항의 경우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들도 상당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주택 피해 정부지원금을 인상했다. 주택이 대부분 파손된 ‘전파’의 경우 900만원→1300만원으로, 절반가량 훼손된 ‘반파’는 450만원→650만원으로 금액을 올렸다.

임시주거시설의 체계적인 운영을 위한 지침도 마련해 자치단체 담당자가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내용 구성했다. 포항 지진 이후 임시 주거시설 내 사생활 보호용 칸막이 설치가 지연되고 외부인의 무분별한 출입 등 문제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지역공동체가 무너질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은 곳을 되살리기 위한 도시재생사업도 진행 중이다. ‘도시재생법’에 재난 피해지역 지원 근거를 마련해 포항 흥해읍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까지 총사업비 2257억원을 투입해 도시기반시설 확충, 정주여건 개선, 주택정비사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삼았다.

지원금 제공 등 물질적인 지원책에 그치지 않고 재난으로 입은 물적·심적 피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회복한다는 의미에서 사업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채홍호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은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대책과 함께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며 ”지진 안전 시설물 인증제 등 지진 정책을 활성화시켜 긍정적 효과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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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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