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처럼 암호화폐 맡기면 이자 받는 '커스터디' 확산
2019.11.13 18:18
수정 : 2019.11.13 18:18기사원문
암호화폐 시장에도 이자를 지급하면서 암호화폐를 보관해주는 '커스터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반 은행처럼 암호화폐 시장에도 은행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이 잇따라 커스터디 서비스에 나서는 이용자들의 암호화폐를 대신 맡아주면서 이를 활용해 대출이나 파생상품 등 다양한 암호화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비트-빗썸, 커스터디로 사업 확장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인 커스터디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양대 거래소로 불리는 업비트와 빗썸을 운영하는 두나무와 빗썸코리아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거래소에 이어 커스터디 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대형 암호화폐 업체들은 커스터디를 통해 크립토 금융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두나무는 자회사인 디엑스엠(DXM)을 통해 기업 전용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업비트 세이프'를 선보였다. 기관이나 기업들이 보유한 암호화폐 등의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서비스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지난 9월 열린 업비트개발자컨퍼런스(UDC)에서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도 결국 0에 수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며 "기업 고객들이 암호화폐를 취득하고 보관하는 것에 대한 애로사항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서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형태의 기업고객을 위한 사업으로 다각화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빗썸코리아도 커스터디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한다. 빗썸코리아의 사내 벤처로 출발한 자회사인 볼트러스트를 통해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볼트러스트는 빗썸코리아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허백영 대표를 주축으로 꾸려진 기업이다. 국내 규제 환경 변화에 맞춰 합법적인 형태의 커스터디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허백영 대표는 "다른 사람의 암호화폐를 단순히 맡아주기만 한다면 새로울 것이 없지만, 기존 금융의 은행처럼 수탁한 암호화폐로 다양한 파생상품 등으로 사업확장이 가능하다"며 "기존 금융회사의 경우 은행이 다양한 금융상품의 시발점인 것처럼, 암호화폐 기반 금융 사업의 첫 시작이 바로 커스터디"라고 강조했다.
■기존 은행들도 기술 개발 박차
글로벌 커스터디 기업인 비트고를 창업했던 윌오브라이언이 한국에 커스터디 기업 'KSTC'를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커스터디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비트고와 코인베이스다. 비트고와 코인베이스는 모두 미국 금융당국의 암호화폐 수탁 기관 인증을 받았다. 이용자들로부터 수탁받은 암호화폐를 활용해 대출 등의 금융상품을 운영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 금융권에서도 커스터디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는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함께 기술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협업의 핵심은 고객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이다. 사실상 커스터디 사업을 위한 기술협력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KB국민은행 역시 블록체인 기술 기업 아톰릭스랩과 커스터디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탈중앙 금융서비스(디파이)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으며, 시작점이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는 커스터디 서비스"라며 "기존 금융권들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커스터디 서비스를 위한 기술 및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