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무상복지, 축배인가 독배인가
2019.11.14 17:49
수정 : 2019.11.14 17:49기사원문
정부는 지난 2년반 동안 천문학적 세금을 복지사업,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성장에 퍼부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연간 일자리 증가 숫자가 20만명에도 못 미친다. 그것도 증가하는 대다수 일자리는 세금을 지출해서 만드는 60대 이상의 고령자 일자리다.
취업할 때까지 대학을 졸업하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대학교 4학년을 2년 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3년 이상 다니는 학생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학생 자녀를 가진 50대 학부모들 역시 고통의 시간이다. 청년수당, 무상교육 등 수많은 현금지원보다 민간분야에 청년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최고의 복지임을 다시금 생각한다.
우리는 나랏돈을 부정사용한 공직자를 강하게 책임 추궁하는 것처럼 나랏돈을 낭비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사용한 공직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근 청와대 대변인은 '나라 곳간에 돈이 쌓이면 썩는다'는 논평을 내서 비난을 받고 있다. 국민혈세를 알뜰히 사용해야 하는 '재정의 효율성'은 관심 밖이라는 인식이 문제다.
복지를 계속 확대하려면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국민의 세금증가가 뒷받침돼야 한다. 금년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외국 투자은행 등은 사상 최저치인 1%대 후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선진국들 중에서 최하위권 성장률이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내년도 예산이 9.3%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팽창예산으로 경제성장률(1%대 후반)보다 4~5배 높게 편성함에 따라 사상 최대 국채발행 적자예산이다. 많은 재정전문가들이 수년 내에 심각한 재정위기가 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오랜 복지역사를 가진 영국, 독일, 스웨덴 등은 복지병의 폐해를 수술하는 데 엄청난 국가적 위기를 거쳤다. 우리는 이를 뻔히 알면서도 복지병 국가로 일부러 진입하고 있다.
'문지방 효과'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특정업종, 특정지역, 특정계층 등에 현금복지를 시작하면 유사한 분야도 형평성 논리로 다 함께 문지방을 넘어 들어와 악순환이 확대된다.
보조금지원 대상으로 한번 포함되면 지원 필요성이 없어져도 문지방 밖으로 다시 내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향후 재정위기가 발생하면 국민의 복지축소가 불가피한데, '복지축소 금단현상'은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외국 사례를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칠레에서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지하철요금 50원 인상 발표를 했다. 국민의 요금인상 반대 폭력시위 격화로 대통령은 요금인상 철회와 사과, 전체 장관의 절반을 문책성으로 개각, 급기야 11월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취소했다. "위대한 지도자는 역사를 창조하고, 평범한 지도자는 역사에 떠밀려가고, 무능한 지도자는 역사를 후퇴시킨다"는 말이 있다. 정치지도자들의 포퓰리즘 정책에 따른 무상복지 폭주는 현재와 미래의 모든 국민에게 축배가 아니라 독배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