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27일 본회의 자동부의…'패스트트랙 정국' 중대 분수령
2019.11.27 11:09
수정 : 2019.11.27 11:10기사원문
여당은 자유한국당의 협상장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의 의결 정족수 확보를 위해 군소야당들과 손을 잡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의 단식투쟁을 통해 내부결속 효과를 보고 있는 한국당은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부터 의원직 총사퇴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패스트트랙을 총력 저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여야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민주당, '4+1 협의체' 본격 시동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법 개정안은 이날 0시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됐다. 선거법 개정안은 △의원정수 300명 유지 △지역구 의석 수 253석→225석 축소 △비례대표 의석 수 47석→75석 확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국회법상 본회의에 부의되면 국회의장 직권으로 60일 내 상정할 수 있다. 60일이 지나면 본회의로 자동 상정된다.
일단 민주당은 한국당과 패스트트랙 협상은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치적 파장이 큰 패스트트랙 법안을 일방 처리하기에는 민주당의 부담도 크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연비제) 도입을 수용하면 그때부터 매우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고 실제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비제 도입만 합의하면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지역구(225석)와 비례대표 의석 수(75석)은 조정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최근 '공수처법을 수용하고, 선거법을 양보받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공수처법은 공수처법대로, 선거법은 선거법대로 실현해야 할 과제"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를 대비해 '플랜B'도 이미 가동한 상태다. 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과 구성한 '여야 4+1 협의체'를 통해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을 모두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선거법 개정안이다. 비례대표 의석 수 확대 등이 포함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군소야당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그동안 군소야당들은 선거법 선처리를 주장해왔다. 지역구 통폐합 등 선거법을 두고 군소야당간 입장이 제각각인 만큼 큰 잡음 없이 이를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당은 한국당(108석)을 빼더라도 민주당(129석)과 정의당(6석), 평화당(4석), 대안신당(10석), 바른미래 당권파(13석)에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의 표만 합쳐도 산술적으로 의결 정족수(148석)를 넘길 수 있다는 판단이지만 이탈표가 얼마냐 되는냐가 변수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내달 3일 본회의에 부의되는 공수처법 등 사법개혁안을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 종료(12월 10일)까지 처리할 계획이다. 아무리 늦어도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12월 17일) 전에는 끝낸다는 각오다.
■ 한국당, 필리버스터·의원직 총사퇴 꺼내나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은 원천무효"라며 선거법의 본회의 부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부터 필리버스터까지 모든 대응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채 언제든 꺼내겠다는 태세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도 한국당과 손잡고 필리버스터에 동참해 패스트트랙 총력 저지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다음 달 공수처법까지 본회의에 부의되면 물리적 충돌까지 불사한 여야간 극한대치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공수처법 부의까지 남은 일주일이 패스트트랙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불법 사보임으로 시작한 패스트트랙 폭거는 지난 8월 긴급안건조정위 제도에 따른 90일의 토론 절차를 무시한 날치기 표결이었다"며 "문희상 국회의장은 절대로 불법 국회의장의 오명을 뒤집어쓰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에 대해선 "시장통 흥정만도 못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