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관리 '허술'..."위장 영업사원 채용까지"

      2019.12.08 13:49   수정 : 2019.12.08 13: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허술한 의약품 유통관리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월부터 모든 제약사와 도매업체가 의약품 출하·공급시 내역을 다음날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보고토록 했음에도 의약품 불법유통 사각지대는 여전한 실정이다.

일반인간 거래 등 적발사례 잇달아
의약품 도매상들이 의약품을 빼돌려 불법유통하다 적발되는 등 의약품 유통관리에 허점을 보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8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 적발내역'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4년간 전체 적발 내역 가운데 평균 1.7%에 그치던 스테로이드가 지난 8월까지 4575건이 적발돼 전체 17.6%로 급증했다. 특히 보디빌딩 선수·헬스 트레이너·야구교실 회원 다수와 불특정 일반인 다수에게 약 9억원 규모의 단백동화 스테로이드가 불법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자신이 운영하던 야구교실에서 유소년 야구선수 9명에게 14회에 걸쳐 스테로이드 등을 주사·판매한 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은 전직 프로야구선수 이여상씨(35)도 헬스 트레이너 종사자인 지인 최모씨로부터 약 2800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불법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약품 도매업체가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는 이들에게 의약품 판매를 유도한 사례도 적발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단독(김호춘 판사)은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는 50대 남성 등 9명을 영업사원으로 위장시킨 뒤 이들에게 의약품을 판매토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약품 도·소매업체 운영자 한모씨(51)에게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1000만원,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한씨는 지난 2016년 2월부터 1년여 동안 강모씨(55) 등 9명을 영업사원으로 위장시킨 뒤 이들에게 전문·희귀의약품인 '압노바비스쿰에프주'를 비롯한 의약품 7억9100만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씨가 이들에게 판매한 의약품 수만 22만3276개에 달했다.

조사 결과 한씨로부터 넘겨받은 의약품을 전국에 약국과 병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는 강씨를 비롯한 '가짜' 영업사원 9명은 한씨로부터 급여를 받는 대신 의약품 판매금액 중 일부를 수익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 수입자·의약품 도매상은 약국 등의 개설자, 다른 의약품 도매상, 그 밖에 법에 따라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 외의 자에게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며 "피고인 회사와 병원·약국 간 거래 이외 영업사원 상호간 또는 개인에 불법 판매가 드물지 않게 이뤄졌다"고 판시했다.

■' 의약품 일련번호' 시행됐지만
정부는 의약품의 생산부터 소비자에 사용될 때까지 전체 유통 단계를 관리하고 추적하기 위해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를 지난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제도의 목적은 의약품 유통거래 투명성을 확보를 통해 불법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여전히 '반쪽자리'라는 지적이다.
현재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를 통해 정부가 감시할 수 있는 대상이 의약품 제조사·수입사·도매업체에 그치기 때문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소매업체인 일반 약국의 경우 조제를 하기 때문에 의약품 유통단계를 일일히 파악할 수 없다"며 "일반인들의 경우 의약품 일련번호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간 거래는 추적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를 통해 적발된 의약품을 판매한 도매상이 어디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불법유통 거래 여부를 확인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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